"국산 맥주는 싱겁다(?)"…'아사히'는 질주, '카스'는 뒷걸음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여진주씨(가명·39)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수입맥주 코너를 꼭 찾는다. 맥주 마니아인 그녀는 냉장고에 늘 맥주를 가득 채워놓는데 지난해부터 수입맥주를 고르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여씨는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이 들어오니 새로운 맥주 맛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할인폭이 커 국산맥주보다 저렴한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수입맥주의 거센 공세에 국산맥주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입맥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지난해 30%를 넘어선 것. 마트에서 팔리는 맥주 10병 중 3병은 수입산인 셈이다.


29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수입 맥주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수입맥주 매출은 지난 2010년 13.3%에 불과했으나 2011년 16.7%, 2012년 19.5%, 2013년 25.4%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국가별 수입맥주 점유율은 독일 맥주가 30.9%로 가장 높고 △일본 22% △네덜란드 11.5% △벨기에 6.6% △미국 6.1% 등 순이었다. 브랜드별로는 'L맥주', '아사히', '하이네켄', '파울라너' 등이 전체 맥주 매출 상위 10위권안에 들었다.

반면 국산맥주의 경우 선전한 롯데주류의 '클라우드'(8%)를 제외하면 매출 비중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낮아졌다. 특히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카스'는 롯데마트 매출 비중이 2013년 37,4%에서 지난해 32.3%로 5.1%포인트 낮아졌다. '맥스'(4.7%)와 '더 프리미어 오비'(4.3%), '드라이D'(4.1%) 등도 매출 점유율이 2∼3%포인트 떨어졌다. 매출 2위인 '하이트'는 매출 비중 15.4%로 전년과 비슷한 점유율을 유지했다. 다만 신제품인 클라우드는 출시한지 1년만에 매출 3위에 안착했다.


이처럼 수입맥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유통채널이 늘어난데다 가격 할인폭이 커서다. 2∼3년전만해도 수입맥주는 유통 채널이 한정돼 있는데다 가격이 비싸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대형마트 업계가 경쟁적으로 수입맥주를 들여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운송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산맥주보다 유통기한이 짧다"며 "기한내에 재고를 소진하려면 파격 할인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맥주 소비자들이 올몰트, 에일 등 진한 맛의 수입맥주에 맛을 들이면서 탄산의 시원한 청량감이 특징인 국산 라거맥주을 꺼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국산 맥주는 싱겁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입맥주 구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