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디플레 가능성 낮다, 日과 달라"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물가가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하락하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순 없다고 한국은행이 30일 밝혔다. 단 예측할 수 있는 기간 안에는 디플레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요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저물가' 상황이 고착화돼 디플레이션을 겪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조적 취약 요인이란 빠른 속도의 고령화 추세, 가계부채 누증 등을 의미한다.

다만 한은은 "예측 가능한 시계에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단서를 달았다. 일본, 대만 등의 디플레이션 사례에서 처럼 극심한 총수요 부진이 예견되지 않는데다, 부동산 가격 불안정 가능성이 낮고 제조업 공동화 문제도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만은 지난 2002~2003년 중 물가 하락을 경험했는데, 여기엔 당시 대만의 대 중국 투자가 급증하면서 대만 국내 제조업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켰던 게 영향을 미쳤다.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성장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2000년대 초 글로벌 IT 버블 붕괴가 발생, 대만의 IT 산업이 침체되며 실물 경제 전반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산돼 명목임금까지 하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1995년 이후 20여년간 디플레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 주식·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 후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등 내수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고령화마저 빠른 속도로 진전돼 만성적인 디플레 국면에 빠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최근 디플레 논쟁과 관련해 "디플레는 한 번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고 정책수단이 무력화돼 사전적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경제상황"이라면서도 "디플레 논쟁의 근거 없는 확산 또한 경제심리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은은 유가 급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생산비용 절감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는 반면 교역조건 개선, 실질소득 증가 등 성장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단기 물가 움직임에 과민반응하기 보다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