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 3연임 가능성… 신동빈 회장 '다크호스'

허창수 전경련 회장/사진=이동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가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음 달 임기를 마치는 허창수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뉴 페이스'가 새 회장 후보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할 생각은 없지만" 허 회장 3연임 가능성 높아= 허 회장은 30일 전경련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35대 차기 회장직 3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할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물어보니까..."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연임 의사는 없지만 여러 상황 상 불가피하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달 초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허 회장은 "내가 (연임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에서도 허 회장이 무난하게 안정적으로 전경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어 정기총회에서 재추대 될 공산이 크다. 이날 '재계 원로'인 강신호 전경련 명예회장(동아쏘시오그룹 회장)도 "할 사람이 없으면 (허 회장이 연임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3연임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연임에는 딱히 제한이 없지만 전경련은 그동안 마땅히 신임 회장으로 나서려는 총수가 없어 고심해 왔다. 현재 재계 '빅4'인 삼성·현대차·SK·LG 그룹의 총수들은 개인적인 이유나 신병상의 문제로 전경련 회장에 나서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특히 후보군 물망에 올랐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큰딸(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라는 역풍을 맞아 현실적으로 맡기 어렵게 됐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후보로 자주 거론 돼왔지만 아직 집행유예 상태다.

전경련은 24일 신라호텔에서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등 중국 대표단 60여명을 초청 경제인 오찬간담회를 개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재계 5위' 신 회장 전경련 행사 첫 주재..행보 '주목' =대신 일각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의외의 다크호스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은 1955년 생으로 재계 원로 중심인 전경련 회장단에서 젊은 축에 속하지만 '재계 5위' 그룹의 수장으로 대표성이 있고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칠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재계의 또 다른 한 축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신 회장과 동갑(1955년생)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 24일 왕양 중국 부총리 방한 오찬에서 다보스포럼 참석차 출국한 허 회장을 대신해 처음으로 전경련 대표로 직접 나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태생이 일본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꼽혔지만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한국 롯데에 전념하겠다"며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재계 5위로 성장한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신 회장이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재계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사업계획 보고나 신규회원사 가입승인 등의 안건이 올랐고 회장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인선 작업을 통해 다음 달 11일 정기총회에서 전경련 부회장(20명) 리스트가 다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사정으로 이미 부회장직에서 사퇴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 2명의 공석이 있고 일부 인원이 사퇴 의사를 보여 충원이 될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기총회가 끝나봐야 실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