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정육식당에서 이마트 한우로 회식?

홍성진 이마트 한우바이어가 이마트 성수점 축산매장에서 횡성한우로 구성한 설 선물세트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사진제공=이마트

"서울 마장동에 있는 정육식당에 이마트 (60,200원 ▼300 -0.50%) 한우를 잔뜩 사서 회식을 하러갔다니 사장님이 '이마트 쇠고기를 가져오는 손님은 난생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시더군요. 근데 반전은 사장님이 고기 맛을 보고 난 후였습니다. '어떻게 이마트에 이런 좋은 고기가 있냐'면서 엄지를 치켜세우시더라고요."


지난달 30일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만난 홍성진(44) 이마트 축산팀 과장(한우담당 바이어)은 지난 겨울 팀원들과 이마트 한우로 회식을 한 얘기를 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절대로 (손님 몰래) 따로 빼놓은 고기가 아니고 매장에서 팔던 것을 산 것"이라며 "대형마트에서 파는 쇠고기지만 품질 만큼은 절대 안 뒤진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송아지를 키워 내다팔던 아버지를 따라 우시장을 오가던 그에게 축산업은 천직이다. 대학전공도 축산가공학과를 나왔고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갖춰 쇠고기 지육의 발골과 해체까지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한우와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럽다.

2011년에는 대형마트 최초로 충북 음성 축산물 공판장에서 쇠고기 지육 경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매매 참가인' 자격까지 얻었다. 지금까지도 공판장 경매에 대형마트 바이어가 참여하는 것은 홍 과장이 유일하다.

처음 이마트가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기존 경매사들은 대기업인 이마트가 밥벌이를 빼앗으러 들어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경매 경험이 일천한 탓에 질이 떨어지는 쇠고기를 매입하는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경매에 참여하면 유통단계를 줄여 한우 판매 가격을 10% 가량 낮출 수 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구하나 말 한마디 걸어오지 않는 경매장 한켠에서 그는 어깨너머로 복잡한 경매법을 익혔고 수없이 공판장을 드나들며 기존 경매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홍 과장은 "처음 경매장에 갔을 땐 '경매의 경'자도 못 꺼낼 정도로 텃새가 엄청 셌다"며 "지금은 시장상황이 좋지 않으면 주변 경매인들이 먼저 '이마트가 좀더 사'라고 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는 충북 음성에 이어 2013년부터 경기 부천 축산물공판장 경매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이 두 곳에서 거래되는 쇠고기의 15% 정도를 매입하고 있다.

홍 과장은 이마트 한우를 백화점 못지않은 명품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품질은 물론 신선함까지 갖춰야하는 명절 선물세트부터 공략할 방침이다. 직접 경매참여를 비롯해 '밀라벨라 2중 산소포장' 등 미트센터에서 개발한 포장 신기술을 접목시킨 이마트 냉장 한우선물세트는 올 설부터 전국 5대 광역시로 배송한다.

고급 냉장 한우선물세트의 경우 여전히 백화점이 주도하고 있지만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응이 좋을 경우 추석부터는 10대광역시로 더 넓힐 계획이다.

홍 과장은 "올 설에는 고급 한우가 인기를 끌고 있어 50만원대 한우 마블링 넘버9세트가 판매율 95%를 보여 추가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라며 "이마트가 선보이는 한우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품질도 국내 최고수준이기에 가능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