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 줄어도 반등동력 미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던 요인들에 짓눌렸던 코스피가 반등을 시도했지만 1960선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유럽 대규모 양적완화로 분위기가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유가는 좀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러시아·그리스 등 대외악재도 진행형이다. 국내서도 실적시즌이 한창이지만 큰 기대감은 없다.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올 1분기부터 국내 상장사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1949.26으로 마감, 지난해 말(1915.59) 대비 1.76% 올랐다. 지난달 중순 1888.13까지 밀리기도 했던 코스피는 ECB(유럽중앙은행)이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발표한 후 강한 반등세를 이어갔으나 1960선에서 되밀리고 말았다. 불과 10거래일만에 기술적반등이 마무리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에도 코스피는 상승동력을 얻지 못한 채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글로벌 변수와 국내 상장사 실적모멘텀 등 상황을 감안할 때 상승을 견인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씨티 거시위험지수가 0.935로 상승했는데 이 지수는 1에 근접할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지수가 반락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그리스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 양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1년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다만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ISM제조업지수 등 핵심 경제지표가 전월 또는 전분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의 완화적 통화기조가 좀 더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의 통화완화 기조가 러시아·그리스발 악재를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코스피도 특별한 방향성을 보이기보다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이번 주 코스피가 1930~1970선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그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27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중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종목은 6개에 불과했고 21개사가 컨센서스 미만의 실적을 내놨다"며 "이 중 컨센서스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 기업은 17개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4분기 실적을 내놓은 종목 중 LG생활건강, 삼성에스디에스, 이마트, SK하이닉스 등의 올 1분기 컨센서스가 상향되는 등 1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건설, 화학 등 우려가 컸던 업종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주가가 바닥권에서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 실적을 내놓을 기업들로는 CJ오쇼핑(2일) CJ대한통운,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3일) NHN엔터테인먼트, 신한지주, KB금융(4일) SK이노베이션, CJ E&M, SK케미칼(5일) 기업은행, 하나금융지주(6일) 등이 있다. LIG투자증권의 오 팀장은 "은행, 정유업체 등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선제적 대응은 자제하는 게 좋다"며 "주가가 낮기 때문에 실적을 확인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유럽 양적완화 발표 후 국내증시로의 글로벌 유동성 유입 기대감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도 나온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CB 양적완화로 가장 의미있고 자산을 흡수한 자산은 유로존 주식으로 3주전부터 자금이 증액유입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이탈된 자금이 전 세계 주요자산으로 분산유입되고 있지만 신흥국 주식형펀드의 절반을 담당하는 GEM(글로벌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는 순유입 전환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한 주간 전 세계 주식으로 유입된 금액은 38억달러로 이 중 한국과 관련한 전 세계 4300여펀드에서 한국주식에 배분된 금액은 7200만달러 수준에 그친다"며 "그나마도 한국 배분액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전 세계 패시브펀드에서 1억달러 정도의 자금이 유입된 효과인데 액티브펀드에서는 한국배분액이 순유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주식형펀드 유입액 중 상당부분이 인도주식 매수에 할애됐다"며 "외국인 수급개선을 위해서는 한국시장에 대한 유동성 배분효율이 높은 GEM펀드로의 자금순유입 전환이 절실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