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수주 비리' 정옥근 전 해참총장 구속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 News1 조희연 기자

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31일 고속함 수주 사업 편의 등을 봐둔 대가로 STX엔진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법률상 뇌물)로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했다.

이날 정 전총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판사는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4성(星) 장군으로 예편한 정 전총장은 지난해 11월 합수단 출범 후 구속된 군 출신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합수단은 지난 29일 정 전총장을 자택에서 체포해 조사한 후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정 전총장이 2008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수주과정에서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장남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들 정씨가 대주주인 요트앤컴퍼니는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 부대행사로 요트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이 대회 후원사 자격으로 참여했고 광고비 명목으로 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합수단은 정 전총장에게 이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6일 정 전총장과 전 비서실장의 자택, STX엔진과 STX조선해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했다.

또 합수단은 강덕수 전 STX 회장(구속수감 중)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 돈이 정 전총장에게 건너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조사결과 STX조선해양은 고속함 수주 관련 로비를 위해 3억8500만원을 정 전총장 측에 전달했으며, STX엔진은 군함 내부에 들어가는 디젤엔진을 납품하는 조건으로 3억8500만원을 분납했다.

합수단은 28일 정 전총장의 아들과 윤연 전 해군사령관, 요트앤컴퍼니 관계자 등을 체포해 자금이 전달된 경위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 정 전총장이 당시 STX고문이던 윤 전사령관에게 요트앤컴퍼니에 대한 광고비 집행을 독촉했고 로비자금이 요트앤컴퍼니을 통해 정 전총장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30일 가담 정도가 적은 윤 전 사령관과 요트앤컴퍼니 관계자를 풀어줬으며 아들 정씨도 정 전총장과 부자지간인 점을 고려해 석방조치했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 전총장은 2008년 3월부터 2년간 해군 참모총장을 맡았으며 재직 당시 군인복지기금 5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1년 기소돼 이듬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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