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현대차 제시 한전땅 기부채납금 '1조' 적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제출한 한전부지 개발 계획 모형도(안)/자료제공=서울시 <br>

한국전력공사 삼성동 부지 전경./사진=뉴스1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사업시행자인 현대차그룹간 사전협상이 본격화됐지만, 공공기여(기부채납) 규모와 건물 높이 등을 두고 시각차가 적지 않아 순조로운 진행이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서울시는 기부채납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1조원보다 많게는 배 가량 많은 금액을 추산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달 30일 시에 제출한 사전협상 제안서에는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등 업무시설을 지상 115층 규모(571m)로 조성하고 △전시컨벤션(MICE) 시설 △호텔 및 판매시설 시설(62층)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현대차가 제출한 제안서가 마이스 시설 등 공익개발에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하고는 있지만, 기부채납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한전부지를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데 따른 교통대책 등 기부채납 규모를 약 1조원으로 써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부지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제시한 기부채납 규모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시는 용도 변경의 경우 부지면적의 40% 내외에 해당하는 가치를 현물이나 토지, 기반시설 또는 설치비용 등으로 받겠다고 밝혔었다.

지난해 매각을 앞두고 시행한 한전부지 입찰 감정가는 3조3346억원이었지만 조만간 진행될 재감정에선 미래가치가 적용돼 감정액이 최소 7조원은 될 것이라는 게 감정평가업계 예상이다. 재감정가액을 7조원으로 가정하고 최고 40%의 기부채납비율을 적용하면 기부채납액은 2조8000억원이 된다.

이때 부과되는 취득세(중과세 배제)는 매입가(10조5500억원)에서 기부채납액을 제외한 금액(7조7500억원)을 기준으로 3565억원이다. 현재 토지매입을 위한 취득세율은 지방세인 취득세 4%와 지방교육세 0.4%, 국세인 농특세 0.2% 등 총 4.6%다.

다만 취득세 부과시 기부채납을 뺀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도 현대차가 내야할 부과예상액(기부채납액+취득세)은 약 3조1565억원이다. 시는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앞서 사전협상 완료 시점에 감정평가를 시행해 기부채납 총량을 확정키로 했다.

여기에 송파구 제2롯데월드(555m)보다 16m 높은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도 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 관계자는 “서울시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직결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적극적으로 사업 진행에 협력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현대차에서 제안한 사업계획서는 (현대차의) 희망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건물 높이 부분도 안전성 부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2롯데월드보다 높게 짓기는 어려울 것이고 기부채납 부분도 (현대차에서) 최소 수준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는 제안서에 대한 1차적 검토를 거쳐 보완 내용 등을 요구하는 한편, 시·현대차·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사전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