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TV업체 "해외사업 못하겠다" …앞다투어 '철수'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일본 주요 TV제조업체들이 줄줄이 해외사업 철수에 나섰다. 엔화 약세와 더불어 현지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자 아예 해외 현지 생산·판매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는 북미지역 TV사업 철수 검토에 들어갔다고 1일 보도했다. 북미지역 주력 생산거점인 멕시코 공장을 매각하고 판매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샤프의 브랜드 공여를 통한 라이선스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을 전망이다.

멕시코 공장은 월 20만대의 TV를 생산할 수 있으며 직원수는 15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속된 적자행보로 이전부터 매각을 모색해왔다. 올해 3월 발표될 결산에서 샤프의 TV사업은 해외사업 부진으로 100억엔 수준의 적자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샤프는 2013년도에도 멕시코 공장을 두고 대만 제조업체 혼하이정밀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된 바 있다.

앞서 파나소닉도 중국과 멕시코지역 TV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멕시코 공장은 생산전담업체와 매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과 멕시코 공장의 연간 TV 생산량은 각각 20만대, 50만대였다.

도시바는 올해 3월부터 북미지역에서 대만기업에 도시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한다.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도 4월 합의를 목표로 해외기업과 라이선스 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최근 몇 년간 TV사업 구조개혁을 통해 해외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 한 곳으로 줄이고 해외 판매 자회사도 올해 9월까지 기존의 절반인 12곳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엔저와 더불어 현지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로 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해외로 진출한 TV사업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샤프의 작년 3분기 북미지역 TV판매대수는 90만대로 전체 판매량의 10%를 차지했지만 지역 점유율은 약 2%에 그쳤다. 도시바의 경우 작년 4~12월 TV사업 매출은 1542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감소했는데, 영업적자의 대부분은 해외 TV사업에서 발생했다. 파나소닉도 작년 3분기 TV사업부문에서 465억엔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