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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장식용 책'부터 치워야 '지혜'도 샘솟겠네

<21>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이 아쉽다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5.02.07 05:25|조회 : 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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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장식용 책'부터 치워야 '지혜'도 샘솟겠네
주말에 아이와 함께 파주 출판단지에 들렸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지혜의 숲’에 언제 한번 가보자 하던 차다. 사서도 없고, 소장된 책의 도서목록도 없다. 당연히 대여할 수 없다. 자유롭게 읽고 다시 꽂아놓는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는데 궁금했다.

들어서면서 만나는 높은 천장이 공간의 여유와 동시에 장엄함마저 준다. 어림 봐도 내 키의 5배는 족히 넘을 높이다. 벽면 책장이 책이 빼곡하다. 개인기증자와 출판사 기증별로 책이 꽂혀있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 “여기 무슨 책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아요?"
- “따로 목록은 없어요. 그냥 둘러보면서 원하는 책을 뽑아 보시면 돼요. ‘열린 서고’ 예요.”
- “서너 칸 위의 책 제목도 안보이네요. 어떻게 꺼내죠?”
- “열 칸 정도까진 저희가 도와드리고(사다리가 배치돼 있다) 그 위는 장식용이에요.”


민음사가 기증한 책들 사이에서 ‘무진기행’을 꺼냈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앉을 곳이 없었다. 2층으로 가는 길을 막아놓은 짧고 좁은 계단에 앉았다. 1시간쯤 읽었나 엉덩이가 아파올쯤 고개를 들고 둘러보니 ‘아이들 실내 책 놀이터’쯤 되겠다 싶었다.

계단이나 한쪽 책상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빠들의 모습이 좋다. 아이들 책 읽는 모습을 카메라에 몰래 담는 엄마들도 보인다. 2시와 4시 2차례 운영한다는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는 길지 않지만 줄을 선 가족들이 있다. 카페테리아 앞 테이블은 장사진이다.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그곳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전부다. 테라스는 추워서 나갈 수 없고 군데군데 테이블 몇 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엄마 사서’ 봉사활동을 하느라 갔던 아이 초등학교 도서관이 생각났다. 아이들 키맞춤 책꽂이, 서고 앞에 놓인 넓은 책상. 무지개색 쿠션이 배치된 넓은 두 칸 계단. 저학년 학생들이나 언니, 형을 따라온 미취학 아이들은 책을 뽑아들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 엎드리거나 기대는 등 자유로운 자세로 책을 봤다.

지혜의 숲도 높은 천장과 벽면을 장식한 책꽂이 대신 복층을 만들어 공간을 늘리고 방문객 눈높이로 책을 꺼낼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편하게 엎드려서 혹은 엄마아빠 주변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마루를 만들었다면. 함께온 엄마아빠 중 한 명은 번갈아 책을 볼 수 있게 유리벽으로 된 밀폐된 조용한 독서공간을 마련했다면.

어림잡아 400여명의 아이와 어른이 뒤섞인 그곳은 높은 천장 때문인지 소리가 울려 무척 시끄러웠다. “날 좋은 주말 오후면 이 정도는 늘 붐빈다”는 게 스태프의 설명이다.

중학생 딸에게 “다시 올래” 물었더니 싫단다. 무엇보다 앉을 곳이 없으니 불편하단다. 하긴 우리는 ‘손님’이어서 그럴지 모르겠다. 누구 말처럼 ‘동네 사는 주민들이 부부싸움하고 집 나와 밤새서 책 볼 수 있는 용도’로도 사용된다니 지역주민에게는 행복한 장소일지도(3관은 24시간 개방한다). 어찌됐든 ‘지혜의 숲’을 떠나며 남은 생각은 ‘장식용 책부터 치워야겠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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