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르네상스? 엔저·저유가에 "이보다 좋을순 없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 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일본차들은 최근 수년간 고연비 디젤 엔진을 내세운 독일 브랜드 차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저유가, 엔저 분위기에 신차까지 전략적으로 대거 투입되면서 새해 들어 대 약진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2219대로, 지난해 같은 달 1450대보다 53.0% 증가했다.

인피니티가 162대로 102.5%, 혼다가 457대로 97.0% 증가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각각 64.6%, 46.1% 판매가 늘었다. 닛산(11.3%)을 제외하면 모두 수입차 전체 판매 증가율 34.2%를 상회한다.

일본 기업은 대부분 3월 결산 법인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일본 메이커는 1∼3월 기간 동안 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결산을 준비한다. 따라서 예년에는 연초 자동차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토요타 캠리, 인피니티 Q50, 혼다 어코드·뉴CR-V, 닛산 캐시카이 등 인기 모델이 잇따라 새로 출시되면서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정부가 1km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를 97g 이하로 내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토요타 프리우스 등의 구매 부담이 낮아진 것도 일본차의 약진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간 엔화 가치가 낮은 상태로 유지돼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데다, 저유가로 휘발유 엔진에 강점이 있는 차들의 인기가 회복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휘발유 차량인 토요타 캠리는 지난달 238대, 혼다의 어코드 2.4와 CR-V는 각각 204대와 183대 판매됐다.

일본 브랜드의 신차 출시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렉서스는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렉서스 컴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 NX200t를 다음달 3일 국내에 출시하기로 하고 지난 1일 판매 예약에 들어갔다. 토요타는 지난 6일 3세대 시에나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2015 뉴 시에나’를 출시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상반기 중 프리우스 V와 RC F 등 중량급 모델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혼다 역시 플래그십 세단 '레전드'를 4년만에 재출시하기로 하고 판매 예약에 들어갔다. 인피니티는 Q50의 성공에 힘입어 한 단계 상위 모델인 Q70을 이번 주 선보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2월은 설 연휴 때문에 물리적으로 큰 폭의 판매 신장은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고 신차 투입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분간 일본차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