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18조원 한국형전투기사업, KAL 이번에도 불참하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KF-16 편대의 초계비행 모습/사진제공=대한민국 공군

대한항공이 지난해부터 참여 의사를 밝혀 왔던 한국형전투기사업(KF-X) 입찰에 1차에 불참한데 이어 이달 24일 2차 입찰에 참여할 지 관심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KF-X사업자 입찰 필수요건인 해외 항공기 제작사와의 제휴 및 투자 협약서를 준비하지 못해 1차 입찰에 불참했으며, 오는 24일 2차 입찰 참여여부도 미지수다.

1차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T-50을 함께 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대한항공은 이달 초 유로파이터를 제작한 에어버스D&S와 구두로만 논의돼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KF-X사업에 참여 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제조 경험이 있는 해외 항공기 제작사와 기술 및 투자 제휴를 반드시 해야 되며, 관련 내용을 문서로 제출하도록 했다.

서류 제출을 의무화한 것은 국내 항공기 제작사들의 전투기 제조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하고, 공군 전력화 사업의 공백을 없앤다는 것이다.


방사청이 입찰 공고에서 밝힌 KF-X사업규모는 8조6691억원이다. 이중 한국 정부 투자 60%, 인도네시아 정부 투자 20%, 국내·외 기업 투자 20%로 비용을 분담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항공은 2차 입찰 참여여부와 관련해 "관련 부서 이외에는 알 수 없다"며 "재입찰 참여 여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에어버스D&S가 대한항공의 항공 제작기술에 우려를 표해 관련 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7월 소형민수·민수무장헬기(LCH·LAH)사업에서 우선협상자뿐만 아니라 차순위협상자에서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입찰사업 진행시 평가점수에서 기술 80%와 가격 20%를 반영해 조건이 제일 좋은 기업을 우선협상자로, 협상 결렬을 대비해 그 다음으로 조건이 좋은 곳을 차순위협상자로 선정한다.

가격과 달리 기술평가에서 낙제 점수를 받으면 협상자 선정에서 아예 배제되는데, 대한항공은 당시 차순위협상자에서도 탈락해 항공기 제작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에어버스D&S는 대한항공과 함께 KF-X 입찰에 참여할지를 묻는 머니투데이의 질문에 "현재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9일 유찰된 KF-X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고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공군이 120대를 도입해 운영하고, 사업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정부도 50대를 수입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밝힌 사업규모 보다 최소 2배 이상 큰 18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지난해에 이미 사업자를 선정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지연됐다"며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진행돼 공군의 전력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사청은 지난 10일 사업 관련 공고를 다시 내고, 이달 24일 재입찰을 마감한다. 입찰 참여사가 2개사 이상이면 제안서 심사를 거쳐 다음달 우섭협상자를 결정하고, 1개사만 참여하면 수의 계약 방식으로 사업자가 최종 결정된다. 이후 2개월 정도의 협의를 거쳐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