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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 맨 뒤, 느긋하면 맨 앞

[웰빙에세이] 이번 마지막 승객이 다음 번 첫 승객보다 빠르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5.02.17 05:02|조회 : 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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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 맨 뒤, 느긋하면 맨 앞
부드럽게, 편하게, 순순하게! 삶이 이렇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강물처럼 흐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나부터 물처럼 부드러워져야 한다. 어떤 일이든 편하게 받아들이고, 순순하게 나아가야 한다. 막히면 기다리고, 걸리면 돌아가야 한다.

나는 그럴 수 있나? 막히면 기다리고, 걸리면 돌아갈 수 있나? 어렵다. 그러니 연습을 하자. 훈련을 하자. 다음은 나만의 훈련법.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쓰는 방법이다.

· 이번 마지막 승객이 다음 번 첫 승객보다 빠르다.
· '잘못하면 마지막'인지 '잘못해도 다음 번 처음보다 먼저'인지는 내가 선택한다.


나는 잘못하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버스만 보면 달려간다. 지하철만 보면 몰려간다. 재빨리 줄을 선다. 새치기를 경계한다. 주춤하면 제친다. 얼른 빈자리를 찾아 주저 없이 앉는다. 빈자리가 없으면 곧 일어날 만한 사람을 찾는다. 그 앞으로 가서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다시 살핀다. 더 나은 자리는 없는지, 자기 앞에 빈자리가 나는데도 방심하는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아무래도 저쪽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러면 그리로 옮긴다. 그런데 그 쪽 사람은 꿈쩍 않고, 먼저 쪽 사람이 벌떡 일어난다. 머피의 법칙! 나는 왜 이리도 운이 없나? 어째서 나에게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나?

그러니까 나는 정류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차에 올라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마음이 바쁘다.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린다. 고단하게 눈치를 살핀다. 간혹 일진이 좋다. 하지만 안 좋은 날이 훨씬 많다. 세상은 차타는 일까지 나를 홀대한다. 내가 가는 쪽마다 다리를 걸고 막아선다. 내 삶은 툭하면 막힌다. 툭하면 걸린다.

정말 그런가? 삶은 나에게 무슨 억한 감정이 있나? 받을 빚이 있나? 그럴 리 없다. 삶을 탓하지 말라. 시비는 내가 건다. 내 마음이 건다. 잘못하면 마지막이라며 내가 건다. 지금 이 차에 같이 탄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산다. 삶에게 시비를 걸고 삶과 다툰다. 삶에게 받을 빚이 있는 것처럼 대든다. 그래서 삶도 거칠어진다. 세상도 험해진다. 아차하면 당한다. 호구된다. 왕따된다. 패자된다.

서두르면 맨 뒤, 느긋하면 맨 앞
이제 이 싸움을 피해 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잘못하면 마지막’ 대신 ‘잘못해도 다음 번 처음보다 먼저’를 선택한다. 내가 이 정류장에서 아무리 늦어도, 이 차를 타려는 줄이 아무리 길어도, 아차해서 이 줄의 맨 끝에 서도 나는 다음 정류장에서 맨 처음 타는 사람보다 먼저다. 다음 정류장에서 최고로 빠른 사람도 나를 앞설 수 없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언제나 내가 승자다.

이번 꼴등이 다음 번 1등을 이긴다. 딱 한끝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느긋해진다. 이번에 아무리 늦어도 다음에 아무리 서두른 사람보다 먼저니까. 그렇다고 일부러 늑장을 부릴 필요는 없다. 일부러 맨 끝에 설 이유는 없다. 그냥 흐르면 된다. 부드럽게, 편하게, 순순하게! 물처럼 흐르면 맨 처음도 없고 맨 끝도 없다. 한꺼번에 양쪽을 넘는다. 그것으로써 언제나 이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노자가 말씀한 대로다.

그래도 그게 잘 안 된다. 딱 한끝이 어렵다. 그러니까 차를 탈 때마다 연습한다. 버스를 보고 달려갈 때마다, 지하철 문 앞으로 몰려갈 때마다 마음을 붙잡는다. 서두르지 말라. 내가 아무리 서둘러도 앞 정류장에서 맨 끝을 한 사람을 앞설 수 없다. 나는 언제나 꼴찌 뒤다. 느긋하라. 내가 아무리 늦어도 다음 정류장에서 맨 처음인 사람보다 먼저다. 나는 언제나 1등 앞이다. 서둘러서 꼴찌 뒤가 될지, 느긋해서 1등 앞이 될지 선택은 내가 한다. 내가 고른다.

뒤의 것을 고르다보면 알 수 있다. 삶이 물처럼 흐르지 않는 것은 내가 물처럼 흐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물처럼 흐르면 삶도 물처럼 흐른다는 것을. 그러니까 가혹한 운명이라는 것도 한끝 두끝 자꾸 넓혀 보면 결국 도도한 삶의 흐름 속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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