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남편 김상민, '박근혜 키즈'의 기득권 버리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시집 잘 간 女스타'의 남편, 김상민
지난 1월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42)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김경란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리며 대중에게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부고 빼고 기사 나가는 게 좋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정치인으로서 두 사람의 결혼은 김 의원을 알리는 데 한 몫 톡톡히 했다. 한 방송에서는 거꾸로 '시집 잘 간 여자 스타'로 김 아나운서를 언급하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남수단 학교' 건립에 사용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며 김 의원 부부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학교 설립은 진행 단계라 '전액 기부'는 아직 섣부른 표현이지만 최종 발표 때 자연스레 알 것이라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김 의원의 결혼식 당시 축의금을 피감기관으로부터 거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상임위원회 소관기관에게 청첩장을 일절 주지 않으며 통제를 했고 일부러 사람들이 가장 적게 올 평일 저녁에 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청년은 왜 보수를 멀리 하는지…
김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가장 젊은 의원 중 하나다. 1973년생으로 마흔이 조금 넘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정치권에서 소외 받은 계층인 '청년'에 주목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특히 낮은 젊은 층 공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동안 새누리당은 이긴 선거에서도 20~30대에서는 매번 졌다.

김 의원은 청년이 왜 보수정당을 멀리 하는지 아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그룹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득권 때문이다. 배경 없이 올라갈 수 있는 문이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렸다. 새누리당은 대기업 중심,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있다. 젊음을 가능성과 미래보다는 '연소함'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같은 진단은 새누리당 내외에서 제기된 지 오래다. 하지만 변화를 실천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 의원은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존 보수를 낡은 것으로 규정하는 구도를 꾸준히 생산했다. 새누리당으로서 듣기 불편한 얘기를 던지는 것. 영보이(YB) 김상민이 보수정당에서 생존하는 전략이다.

(대전=뉴스1) 장수영 기자 김상민 새누리당대표 후보자가 6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차 전당대회 대전·호남·제주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14.7.6/뉴스1

지난해 7월 치뤄진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그의 방법이 어느 정도 먹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 절반을 잃은 정당이 과연 미래가 있는 제대로 된 정당이냐"며 2040세대의 마음을 새누리당으로 돌릴 것이라고 했다.

다소 도발적인 그의 언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구색 맞추기용'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김무성·서청원 등 OB들이 득실거리는 전당대회만으로는 '혁신'을 논하기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대의원들은 9명의 출마자 중 '듣도보도 못한' 김 의원을 6위로 밀어줬다. 김무성·서청원·김태호·이인제·홍문종 의원 등 5위까지는 예상된 순위였기에 하위권 중에서 선전을 펼친 셈이다.

김 의원은 "다들 꼴등할 것이라고 봤는데 대의원들이 초선·비례 의원을 6등으로 뽑아줬다. 너무 나대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젊은 유권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도부 만류에도 할 건 한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그의 의정활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3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공청회' 참석이 대표적이다. 공청회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방지책과 보상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당시 여당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 귀태 발언'으로 모든 의사 일정을 보이콧했다.

김 의원은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공청회에 나왔다. 귀태 발언 파급력이 컸던 터라 그의 참석은 지도부에게 밉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당론이 꽤 세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 동안 고생했던 사람들이 공청회에 와 피해를 증명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나타나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3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공청회' 자리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여당 의원 중 홀로 참석했다./김상민 의원실 제공

2013년 12월에는 반값등록금 예산 증액을 당과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4조원의 반값등록금 예산 중 3조1850억원만 2014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것을 비판했다.

5000억원 증액 요구 기자회견을 앞두고 새벽에 만류 전화가 오는 등 당 내에서는 그의 행동을 말리는 분위기가 컸다고 한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고 있던 대학가에 또 다른 불씨가 번지는 걸 우려해서다. 하지만 김 의원은 박 대통령 공약이 후퇴하는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강행했고 반값등록금 예산은 1500억원 가량 증액됐다.

[키워드→박근혜 키즈]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감동 인물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김 의원을 발굴했다. 대학생 자원 봉사단 'V원정대' 설립과 10년 간의 청년 운동을 높이 산 것이다. 청년 몫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한 그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청년본부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는 이준석, 손수조 등과 함께 '박근혜 키즈'로 불렸다.

김 의원은 대선 캠프에서 청년유세지원단 '빨간 운동화'를 이끌며 젊은 유권자와의 소통을 책임졌다.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날개 달린 '빨간 운동화'를 직접 신겨준 일화가 있다. 그는 대선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선 뒤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 사람의 한마디→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청와대를 연일 비판했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청와대와 정부 최고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의원 발언은 원조가 박 대통령이라 더 주목받았다. '박근혜 키즈'로 알려진 그가 같은 말로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 박 대통령은 2008년 18대 총선 과정에서 친이명박계가 친박근혜계에게 이른바 '공천 학살'을 가했다며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다.

[연관 검색어→김경란]
지난 6일 김 의원은 김경란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렸다. 현직 국회의원과 아나운서의 만남이라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신랑 측 지인 대표로 나와 자신을 '직장 동료'로 소개한 뒤 "국회의원이 지역구 주민을 모시듯, 남편이 부인을 모시면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건넸다.

식을 올리기 전 만난 김 의원은 한층 여유로운 표정으로 "콩이 으깨져 메주가 돼 전혀 다른 맛을 내듯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다른 맛을 내고 또 서로의 맛을 살리는 일 같다"며 "내가 온전해지니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결혼 소감을 밝혔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41)과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37)가 내년 1월6일 결혼한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김 전 아나운서와 함께 찍은 사진에 "나에게 경란씨는 누가 뭐래도 평강공주"라며 "평생 경란씨를 지키고 사랑하며 함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편에 서는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고 적었다. (김상민 의원 페이스북) 2014.10.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 의원 부부는 지난해 7월 교회 지인을 통해 첫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특히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거치며 가까워졌다. 김 의원이 경제민주화·청년 정책 등에서 박근혜 정부 1기가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강단있는 모습에 김 아나운서가 호감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대표 법안→청년발전기본법안]
지난해 5월 김 의원은 청년발전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중앙정부가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청년실업·취업난·주거문제 등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에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기획재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재부 장관이 매년 청년문제에 대한 기초조사와 여론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청년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대신 장기전략을 담당하는 기재부를 주관부처로 뒀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정책관을 두고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청년 참여 증진을 위한 관련 시설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청년을 지원하는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이 마련돼 청년들의 발전을 독려·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발전기본법안의 19대 국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 제정안은 국회 첫 논의 테이블인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토의가 아직 개시하지 못했다.

[요주의!→수원서 생존하라]
김 의원은 경기도 수원갑(장안구) 당협위원장을 노렸지만 낙선했다. 수원에서 16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종희 전 의원에게 패했다. 20대 총선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며 지역구 국회의원을 노리는 총선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내년 총선까지 의정 활동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지역구 확보가 과제다.

당 내부를 향한 쓴 소리가 무게감이 떨어지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목소리를 키우려면 사람을 모아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 19대 국회 때 쇄신 목소리를 냈던 새누리당 소장파 모임 '민본21'이 좋은 케이스다.

그는 현재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경실모는 선장격인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출범 초기에 비해 힘이 빠졌다는 평가다. 혁신을 외치고있는 초·재선 의원모임 '아침소리'와도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프로필]
△1973년 경기 수원 △수원 수성고 △아주대 사학과 △아주대 총학생회장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V원정대' 대표 △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운영위원 △새누리당 제18대 대선 중앙선대위 청년본부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