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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조기합병' 보다 '제대로 된 합병'해라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5.02.23 07:32|조회 : 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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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취임 후 2년이 지나도록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했다. 전임 김승유 회장의 그늘이 너무 짙었다. 천신만고 끝에 회장자리에 올랐지만 경영의 전권을 휘두를 힘이 없었다. 그는 하나은행의 주축인 한국투금 출신이 아니라 서울은행 출신의 비주류다.

그가 회장 취임 후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김승유 전 회장이 고문직에서 물러나고, 하나금융지주 사장직을 없애고, 외환은행장을 교체한 뒤에야 가능했다.

‘김정태 체제’가 구축된 뒤 그가 들고 나온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합병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외환은행에 대해 5년간 독립법인을 유지해 주기로 약속한 김승유 전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의 ‘합의문’부터 깨야 했다.

조기통합이 연임을 노린 정치적 술수라는 비난까지 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조기통합을 위해서라면 하나은행 보다 높은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도 축소하지 않기로 했다. 인위적인 인력감축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통합은행장으로 선임하는 것까지 양보할 생각이었다.

하나은행 주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렇게 까지 나선 것은 그가 비주류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합병 대상이 되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불안과 불편을 태생적으로 잘 알았다.

외환은행에 대한 김정태 회장의 호의는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혔다. 그들은 대화자체를 거부하며 정치적 투쟁으로 일관했다.

동시에 조기합병론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협상 파트너인 하나금융을 외면하고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조기합병 승인을 못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법적 투쟁을 병행했다.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는 마침내 ‘스스로도 놀랐다’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합병 절차를 중단하라는 판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김정태 회장은 조기합병을 주도한 3명의 핵심참모들에 대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책임을 물어야 했다.

7개월여에 걸친 김정태 회장의 조기합병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승유 전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건 이렇게도 어려웠다. 김정태 회장은 진정성을 보였지만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는 오히려 이를 악용했다.

법원 판결 뒤 김정태 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직원 수는 2배, 자산은 3배인 외환은행이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도 역전당할 수 있다며 탄식했지만 여기에 움찔할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가 아니다. 그들은 외환은행의 경영실적 악화를 오로지 김정태 회장 탓으로 돌린다.

김정태 회장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내고 노조와 대화를 통해 조기통합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는 열 번 스무 번이라도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고 금융위원회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노사합의부터 먼저 하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태 회장의 길은 외통수다. 조기 합병론을 거둬들이고 은행합병의 정도를 가야 한다. 외환은행은 10년여에 걸친 론스타 방만 경영의 결과로 인력구조는 행원보다 책임자급이 배 이상 많은 역피라미드형이고, 경쟁은행들에 비해 1인당 평균급여는 훨씬 높다.

따라서 합병을 1~2년 늦추더라도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과 급여 및 복지 축소, 점포 폐쇄 등을 통해 합병의 시너지를 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게 유임이 사실상 확정된 김정태 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전임 김승유 회장을 넘어서게 된다. 노조한테도, 금융당국에도 더 이상 합병을 구걸하지 말라. 조기합병보다 합병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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