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버배치의 탁월한 연기로 엿보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

머니투데이

테크엠 편집부

이미테이션 게임. 여자와 여자인 척 하는 남자, 두 사람과 대화해 성별을 맞추는 게임으로 앨런 튜링이 고안했다. 튜링은 컴퓨터가 이 게임에서 남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지능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인공지능 평가 방법으로 사용되는 ‘튜링 테스트’의 원형이다. 그리고 튜링의 생애를 그린 영화에서 이 게임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필 왜 성별을 구분하는 게임이었을까? 여성을 혐오했고 동성애자였던 튜링은 말년에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는 형벌을 받는다. 당시 영국은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다. 결국 튜링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컴퓨터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인공지능 연구를 개척한 천재 수학자 튜링은 마흔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

여성을 멀리한 튜링의 취향이 연구에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튜링의 취향과 상관없이 튜링의 연구는 탁월하다. 튜링은 일종의 문제 풀이 기계인 ‘튜링 머신’을 제안했다. 현대의 컴퓨터는 전자부품을 이용해 튜링 머신을 구현한 것이다. 그래서 튜링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며, 컴퓨터 과학 최고 권위의 상도 ‘튜링상’이라 불린다.

튜링의 천재성은 영화의 핵심 줄거리인 독일군 암호 해독과정에서도 확인된다.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독일의 암호장비 ‘이니그마’를 습득한다. 하지만 영국은 독일 암호를 해독하지 못한다. 이니그마가 만들어내는 암호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했기 때문이다. 튜링은 암호 해독장치를 만들어 전세를 역전시킬 계기를 마련한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을 퍼즐의 천재로 묘사한다. 독일군의 암호, 암호풀이를 위한 기계, 자신의 개인사, 인간관계 모든 것은 튜링이 풀어야할 퍼즐이다. 영화는 튜링의 천재성, 괴팍함, 고뇌를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낸다. 극적 요소를 위해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탁월한 연기는 아쉬움을 덜어주기 충분하다.

도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