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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박상희 딸, JP 부인' 박영옥

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부국장(정치부장) |입력 : 2015.02.24 08:50|조회 : 6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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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배웅 나온 김 전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5.02.23/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배웅 나온 김 전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5.02.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례는 남은 자들의 축제이다.
모친상을 당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이청준의 소설 제목이 ‘축제’인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작명이다. 임권택 감독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1996년 영화 ‘축제’ 역시 부산함 속에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진혼의 무거움으로 시작되는 우리의 장례는 회합과 회고가 녹아들면서 잔치로 승화된다. 호스트 역할을 하느라 분주하게 오가다보면 상주마저도 슬픔을 깜빡하고 잊게 되는게 우리네 장례다. 장례의 주인공은 망자가 아니라 가족이고 조문객이다. 그래서 장례는 망자가 남은 자들에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베풀고 가는 최대의 음덕이다.

김종필(JP) 전 자민련총재 부인 박영옥여사가 별세했다.
평생 정적으로 살아온 이들까지 문상객으로 찾아와 JP에게 ‘훈훈한’ 위로를 건넨다.부인과의 러브스토리와 정치후배들에 대한 훈수를 적절히 섞어가며 ‘마지막 정치’를 하고 있는 JP를 보면 고인이 마지막으로 큰 음덕을 베풀고 갔음이 실감난다.

박여사의 장례가 갖는 ‘상징성’이 큰 것은 그가 JP의 부인이기 이전에 박근혜대통령의 큰아버지 박상희의 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사라진 불운한 인물 박상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던 셋째 형이다. 그는 언론인이자 항일 독립운동가였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러했듯 좌익사상으로 정신적 무장을 했다.
1946년 10월3일 ‘대구폭동’ 당시 구미경찰서 습격에 앞장 섰다가 경찰의 총에 사살된다. 혹자는 박상희가 죽지 않았더라면 남한내 좌익운동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됐을 것이라고도 한다. 박정희가 남로당에 몸을 담게 되는데는 박상희의 죽음이 준 충격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전향해 남로당 조직을 와해시키는 ‘공’을 세우고 기사회생, 군인의 길을 걷게 된 박정희로서는 형 박상희에 대한 죄의식을 지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가장 아끼던 후배 JP를, 조카 박영옥과 맺어준 것은 조카에 대한 후견인으로서의 의무감이었을지 모른다.
박정희가 집권한 뒤 북한 김일성은 ‘좌익전력’을 지닌 남한 새 지도자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박상희의 친구이자 박정희 역시 잘 알고 지냈던 황태성을 밀사로 파견한다. 황태성은 서울의 호텔에서 머물며 JP를 만나기까지 하지만, 박정희는 황태성을 간첩죄로 처형한다. 황태성은 죽는 순간에도 자신은 간첩이 아니라 ‘밀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셋째형을 사상적으로 배신한데 이어, 셋째형의 친구까지 처형한 인간적 고뇌때문이었는지, 박정희는 수많은 ‘잠재적 정적’들을 제거하면서도 끝까지 ‘박영옥의 남편’ JP에 대한 신뢰만은 거두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영옥은 단순한 사촌누이를 넘어, 아버지 박정희를 만든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박영옥은 작은 아버지 곁으로 가며 JP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을 회합과 화해의 마당으로 이끌었다. 박대통령도 문상을 하면서 큰 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렸다면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JP의 부인으로서가 아닌, 박상희의 딸로서 박영옥이 지니고 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흔은 이제 그렇게 사라져간다. 과거를 내려놓고 새출발하는 것은 박대통령을 포함한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박상희-박정희의 시대, JP-박영옥의 시대를 맴돌던 적대와 회한은 흑백 영정사진과 함께 넣어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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