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군대가며 던진 한마디 "스타트업 CEO여, 꼴값 떨어라"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사진=이동훈 기자

스타트업 1.5세대, 15년간의 경영과 TV프로그램 진행자, 새누리당 '눈높이 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하루 만에 퇴진. 누구보다 스타트업 업계에 많은 경험을 하고 이름을 날린 그는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30)다.

16세에 '도메인 등록 대행'으로 창업한 그는 막 서른 줄에 접어든 젊은 CEO(최고경영자)다. 그런 그가 이제 인생의 1막을 접는다. '나이 서른에' 군대 간다. 4개의 위기 탈출 방안을 마련해 후임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는 그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모든 창업자분들, 꼴값 떠세요."

◇서른 살에 군대가며 "아, 후련해"

표 대표는 1999년 중학생 시절 도메인 등록대행 사업으로 벤처업계에 입문했다. 2000년에는 독도 도메인을 기증하면서 유명인이 됐다. 이후 도메인 등록대행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첫 번째 실패를 경험했다.


대학교 3학년 때 도전한 분야가 '웹 2.0'. 이때 위자드웍스를 창업해 개인화 포털 '위자드닷컴'으로 다시 유명세를 탔고, 2년 뒤에는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위젯을 공급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표 대표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소셜 게임도 개발하고 '솜 노트' 등 다양한 모바일 앱을 개발했지만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았다. 빚은 쌓이고, 직원들은 월급을 받아 가지 못했다. 강연이나 TV진행으로 번 용돈마저 회사에 모조리 투자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이 지난해 말이다. 주주들의 원성도 잦아들었고, 이제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이제야 군대 갈 수 있게 된' 그가 "두렵다" 대신 "후련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전 직원 보험 가입', 뭐든 첫 번째였던 '스타트업 선구자'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사진=이동훈 기자

돈을 못 벌어도 새로운 시도는 늘 이어졌다. 1000만 명 이상이 쓰는 위젯 서비스도 개발했다. 2006년 스타트업 최초로 채용설명회를 열고, 2007년에는 대학생 인턴 직원도 채용했다. 전 직원 보험 가입도 아마 스타트업 최초일 거다.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 '마법학교'도 표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다. 2007년 위자드닷컴 운영시절 3기까지 운영한 마법학교는 대학생이 참여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꼭 쌓아야 할 '스팩'으로 통했다. 2012년에는 동영상을 활용한 투자설명회(오픈형 IR)를 시도해 3억 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는 "사실은 모두 베낀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분야의 좋은 점을 적용해 왔다는 것. 표 대표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고 늘 노력한다"며 "때로는 레스토랑 잡지에 실린 브라질의 한 레스토랑 기사에서도 영감을 얻어 적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15년간의 스타트업 CEO 활동을 "꼴값 떤 것"이라고 말한다. 선배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달았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CEO에게 열심히 '꼴 값' 떨어보라고 조언한다.

◇4가지 신사업과 2가지 공익사업

그는 군 입대를 위해 3월 초 위자드웍스 대표에서 사임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리' 대신 일을 '벌이고' 있다.

3월 내로 스마트폰 사진을 책으로 제작해주는 포토북 서비스와 모바일 꽃 배달 서비스 사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웹소설 솜노트에서 웹소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테마 키보드-1만종 무료테마' 서비스에 '툴바'(Tool Bar)를 붙여 생활정보나 뉴스,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며, 키워드광고를 도입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2가지 공익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하우징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후배를 돕는다. 아직 월급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1인당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총 6개월간 월세를 보조한다. 입대를 앞두고 후원행사를 열어 펀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위자드 스몰 MBA'라는 강연도 공개한다. 해당 강연은 원래 위자드웍스 직원을 위한 직무교육이었지만, 커리큘럼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한 뒤 이를 요청하는 문의가 쇄도해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공개할 동영상 분량만 해도 7~8개월에 달한다.

군 제대 이후를 다시 준비하는 그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기에 앞으로 더 깊이 있는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하기에 지난 15년간의 경험이 값지다는 이야기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