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NEXT, "재단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문제 키웠다"

외부 초청강의나 대규모 강의가 주로 진행됐던 NHN NEXT의 넥스트홀. 학생들에 따르면, 현재는 주로 외부행사 대관용도로 쓰인다.

혁신적인 교육 목표와 운영방식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소프트웨어(SW) 교육기관 NHN NEXT(NHN Institute for the NEXT Network)가 3월 설립 2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재단과 교수·학생 사이의 마찰로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고, 여전히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NHN NEXT 설립 당시 네이버는 10년 간 1000억 원을 투자해 SW 분야의 현장형 인재,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인간, 사회, 기술, 예술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한 NHN NEXT는 검색, 포털,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일반 사용자들의 일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SW를 만드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따라 대학 등의 기존 SW 커리큘럼이 개발, 특히 기업 업무용 SW 개발에만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SW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인문사회학의 융합을 강조했다. 이처럼 ‘특별한’ NHN NEXT에 대한 기대감은 정원이 120명이었던 1기 모집 당시 1100여 명이 지원한 것에서도 잘 나타났다.

NHN NEXT는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모바일, 게임, 게임서버 등 5개 엔지니어링 트랙을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창업트랙을 추가했고, 졸업을 위해 2개의 엔지니어링 트랙을 이수하도록 했다. 대부분 대학이 학생의 관심분야와 관계없이 규정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반면, NHN NEXT는 학생이 스스로 원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NHN NEXT는 ‘누구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에 따라 입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개인 랩톱을 제공했다. 또 NHN NEXT 내 개인별 고정학습공간을 할당했고 생활지원장학금과 학생식사비도 지원했다. 주변에서는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좋은 교육기관을 만들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큰 관심 속에서 운영되던 NHN NEXT가 변화의 바람을 맞게 된 것은 2013년 9월 김평철 초대 학장 겸 NHN NEXT 재단 이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고, 검사 출신의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2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다.

새 이사장 취임 후 학사제도 대폭 바꿔
지난해 1월 교직원의 소속이 재단으로 바뀌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인 NHN NEXT는 같은 해 7월 전공이수 기준, 졸업·수료, 제적, 학비지원, 수강신청, 휴학, 수업연한 및 재학연한 등 학사제도 전반이 크게 바뀌었다.

전공이수 기준의 경우 최소 2개 이상 복수전공 의무에서 최소 1개 이상으로 축소됐다.수업연한과 재학연한도 조정돼 각각 2년 6개월에서 2년으로, 4년 6개월에서 3년으로 줄었다. 또 휴학연한도 최대 2년 가능에서 1년 가능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 재단 측은 새로운 분야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어느 정도 집중적으로 연속성 있는 학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또 휴학률이 높고 실질적으로 현장 중심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학사제도 변경에 대해 학생들은 NHN NEXT의 현황과 장점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가운데 나온 재단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단측의 학사제도 변경으로 불만이 가중된 상황에서 지난해 7월 네이버 이사회가 대학원대학 설립건을 가결했다.

NHN NEXT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1인 시위 모습

당시 네이버 측에서 “대학원대학에 대한 투자금을 NHN NEXT 설립 발표 때 밝혔던 1000억 원의 투자금에서 집행할 것 같다”는 설명이 나왔다. 또 NHN NEXT의 휴학률이 40%를 넘는다거나 현장 중심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부 비판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고, 대학원대학이 NHN NEXT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또 현장형 교육 강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SW 교육 제공 등의 방침도 언급됐다.

공교롭게 대학원대학 설립안이 가결된 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감사가 실시됐고, 교수의 명칭이 연구원으로 바뀌는 등 학생과 교수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조치들이 시행됐다.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은 2015년도 3기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더욱 커졌다. 1기(86명)와 2기(100명)보다 크게 줄어든 16명만 선발됐고, 내부에서는 NHN NEXT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NHN NEXT를 둘러싼 문제는 지난해 12월 교수진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생들이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성명서를 발송하면서 본격적으로 외부의 관심을 받게 됐다.교수들은 성명서에서 운영 실패를 이유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육적 내용과 성과, 가능성을 무시하고 투자수익률(ROI)의 잣대로 주장하는 변화를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NHN NEXT의 정상화를 위한 임시기구 구성, 재단 이사장과 행정업무를 주도했던 자문위원들의 정상화 개입 불가, NHN NEXT 교육의 독립적 운영 등을 요구했다.

한 전직 NHN NEXT 교수는 “NHN NEXT의 교육철학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은 관여하지 말라는 입장이었다”며 “NHN NEXT는 재단과의 완벽한 독립 없이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해진 의장에게 보낸 성명서에서 “비영리교육재단 NHN NEXT가 공익적 가치를 뒤로 한 채 기업의 경제논리에 변질돼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기존 약속대로 NHN NEXT에 대한 10년 간 투자와 지원 지속, NHN NEXT 운영 및 커리큘럼 설계에 교수와 학생 참여, 이사장과 자문위원의 비개입을 요구했다.


지난 1월에는 ‘NHN NEXT 정상화 결정’을 요구하는 재학생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문제가 커지자 네이버는 1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IT전문가, 외부 교육 전문가, 현 교수진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NHN NEXT의 변화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또 기존대로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대학원대학 설립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에서 결정한 전문가위원회를 발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상황이 긍정적으로 가고 있고,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NHN NEXT 사태와 관련해 재단과 교수·학생 간 교육목표와 철학, 운영방식에 대해 입장 차이가 뚜렷해 이번 이사회 후속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단-교수-학생’ 협의체 사라져
재단은 그동안 NHN NEXT가 과도한 비용 지출 속에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됐고, 기존의 학사제도로 출범 당시 교육목표인 현장형 인재 양성 등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소수정예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SW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NHN NEXT 학생들의 공간. 학생들에 따르면 학생공간 축소 조치 후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반면, 교수와 학생들은 재단이 추진하는 방향이 “NHN 넥스트의 설립 취지와 철학이 훼손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NHN NEXT의 교육철학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데, 학사제도 개편 방향에는 사람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창립 철학을 더 잘 실현하기 위한 변화”라고 반박했다. 재단과 교수·학생 간 갈등이 교육목표 중 중점을 두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수·학생은 ‘융합’에 네이버는 ‘현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 차이 이상으로 사태를 어렵게 만든 것이 관련한 재단의 일방통행식 추진과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이 꼽힌다. 이 부분은 교수와 학생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NHN NEXT의 한 학생은 “(재단 이사장이 바뀐 이후) 모든 학생의 의견을 묻고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협의체가 없어지고 대부분의 변경사항이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며 “이유를 설명하거나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언론기사를 통해 변경사항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NHN NEXT는 초대 학장 시절 한 달에 3회 이상 학장이 직접 진행하던 ‘재단-교수-학생’ 협의체를 갖고 있었다. 상당히 파격적일 수 있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재단, 교수, 학생이 합일점을 찾아오던 NHN NEXT는 새로운 이사장이 온 뒤 더 이상 이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NHN NEXT에 몸담았던 한 교수는 “(재단이) 교육의 뜻이 있는 것은 존중하지만 ‘같이’가 없었다”며 “기존에는 제도를 변경할 때 이유를 설명하고, 설문조사 등의 사전조사가 뒷받침 됐는데 이러한 과정이 모두 사라졌다. 재단의 독단적인 제도변경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입장을 수렴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 이사장이 오기 전에도 지속적으로 제도가 변경됐지만, 구성원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큰 불만 없이 따른 반면 현재는 대부분의 결정을 재단이 독단적으로 하고 있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NHN NEXT가 실험했던 또 한 가지가 교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학생이 주체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지만, 재단은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간과했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긴 셈이다. 여기에 재단의 조급함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NHN NEXT가 기존 SW 교육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 목표와 운영방식을 천명한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안하면, 재단이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평가받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모든 것을 뜯어고친 것은 SW 산업계와 교육계에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조아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