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잦은 출장 세종 공무원들, 버스폐지설에 '화들짝'

정부세종청사/사진= 뉴스1

# 정부세종청사 A부처에서 근무하는 박우석(가명) 과장은 최근 큰 수술을 받고 병가 중이다. 올해 초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동네 병원에 갔는데, 이 병원에선 병명을 알아내지 못하고 큰 병원을 안내했다. 대형병원을 찾은 박 과장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접했다. 위암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 박 과장은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져 생명엔 지장이 없다.

박 과장의 한 동료 공무원은 "요즘 세종에서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외에 세종청사 이전 후 출·퇴근 문제, 잦은 서울출장, 혼자 내려와 사는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아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건강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장시간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나타난 허리·목 디스크 등 겉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문제도 많다. 박 과장처럼 스트레스로 인해 큰 병에 걸린 사례는 아직 드물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걱정하고 있다.

경제부처 B사무관은 "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하루에 3~4시간 버스를 타고 서울과 세종을 오고 갈 경우 허리나 목에 무리가 온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의무실(한방병원)의 경우 몰려드는 공무원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의무실 관계자는 "장시간 출·퇴근으로 몸이 안좋아져 물리치료나 침치료를 받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치료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평균 15명 환자를 보는데, 항상 예약이 빨리 끝난다"고 말했다.

출·퇴근 공무원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통근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교통비만 40만~50만원 가량 든다. 정부가 예산문제 탓에 하반기부터 통근버스 운행 횟수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운행 중단에 대해선 결정한 게 없다.


다만 관가에선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공무원들이 국회때문에 세종에서 서울로 몰려가는 일이 없도록하라"며 세종의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한 것을 두고 "통근버스도 곧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청도 출신인 이 총리가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착을 위해 통근버스 운영 중단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퇴근 공무원들과 달리 건강을 생각해 세종에 내려온 공무원들도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녀 학교 문제로 가족과 함께 내려오지 않고, 혼자 원룸을 얻어 사는 공무원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집에 가다보니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낼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특히 자녀들을 곁에서 돌보며 교육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고민이 많다.

기획재정부 한 과장은 "세종에 원룸을 얻어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가는 공무원들은 겉에서 볼땐 건강엔 문제 없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가정불화 등 문제가 많다고 들었다"며 "타부처 한 공무원은 이런 문제로 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직 청사 이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시간이 흘러 세종시가 자족도시로 형태를 갖추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당분간 공무원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불만섞인 얘기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