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고정금리 대출, 은행 순익 최대 1600억 훼손 가능"

금리 2%대의 갈아타기용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이 은행의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 안정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받은 지 1년 이상 된 은행권의 변동금리 또는 원금 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리금 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20조원 한도로 중도상환수수료는 없으며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금 5억원 이하에 해당된다.


안심전환대출의 재원 마련은 형식적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조달하지만 MBS 전액을 전환대출 취급 은행들이 인수해 최소 1년간 보유하는 구조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출시될 경우 단기적으로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에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대신증권은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5~3.6% 수준이고 전환 규모만큼 보유해야 하는 MBS 금리가 약 2% 중반인 것을 감안할 때 20조원 한도 전량 소진시 은행 손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약 1400~1600억원 내외로 분석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 산출 수치를 4대 시중은행에 적용할 경우 은행당 약 250~500억원 내외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도 "전환 대상이 되는 대출 금리가 4%에 이르러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추정된다"며 "대출매각 대금으로 수익성이 낮은 MBS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점이 순이자마진에 큰 부담이다"고 봤다.

은행 손익을 훼손하는 만큼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해야하는 은행의 숙명상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들은 시장에서 규제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투자심리 악화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면서 전환대출을 매각한 돈이 새로운 가계대출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이 MBS를 매입·보유하도록 했다. 자금이 1년간 묶이는 셈이다.

이병건 연구원은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원하지만 그것이 은행권의 대출 증가 및 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는 강한 신호를 던진 것"이라며 "결국 향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안심전환대출의 한도가 20조원이지만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한도 증액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도가 늘어날 경우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이 궁극적으로 금융 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을 포함한 은행의 공공부문 역할 확대를 '은행의 희생'으로 바라보는 것이 반대한다"며 "가계 부채 관리를 통한 시스템 안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외 주요국 정부도 주택금융 시장에 강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하락하겠지만 대손비용률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안심전환대출 출시 소식에 은행주는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10시2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 (70,200원 ▲700 +1.01%)은 0.76% 하락한 3만9400원에 거래 중이다. 하나금융지주 (57,600원 ▲600 +1.05%)는 0.33% 약세이고 신한지주 (43,900원 ▼400 -0.90%)는 0.231%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