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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3不 시대'의 생존법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75>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5.02.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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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3不 시대'의 생존법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엊그제 한 보험회사의 희망 퇴직 뉴스를 접하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정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런 회사까지 직원숫자를 줄여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내 5위권의 이 손보사가 거둔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1566억원, 당기순이익 1148억원이었다. 적자는커녕 아주 탁월한 실적이다. 그런데도 전체 직원(2600명)의 5분의 1에 가까운 500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는 흑자를 내는 기업들까지 선제적으로 또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직 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이런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진짜 목적은 생존이 아니다. 단지 직원을 줄여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더 늘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실적이 좋아져야 주가가 오른다. 주가는 요즘 경영자의 성적표나 다름없다. 작년부터 공개돼 다들 알게 됐지만 우리나라 웬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가져간다. 앞서의 보험사 등기임원(3명)도 작년 1~9월 급여로 1인당 평균 6억8590만원을 받았다. 주가가 떨어지면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로부터 압박을 받겠지만 실적만 좋으면 괜찮다.

#그런데 인력 감축에 내몰리는 직원들은 다르다. 이들에게 구조조정은 곧 생존이기 때문이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있지만 실은 정규직도 똑같은 운명에 처해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잘나가지만 내년도 연봉이 얼마가 될지는 예상할 수 없고, 언제 명예퇴직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 급여 역시 판매 실적에 따라 혹은 회사 이익 기여도에 따라 정해져 들쑥날쑥이다. 한마디로앞으로의 수입 전망은불확실하고, 일자리는불안정하고,매달 받는 임금 역시 불규칙적이다.

불확실, 불안정, 불규칙, 이렇게 세 가지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나는 이를 가리켜 ‘3불(不) 시대’라고 이름 붙였는데,“이제 더 이상 확실한 수입 전망도, 안정적인 직장도, 규칙적인 월급 봉투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라는 의미에서다. ‘3불 시대’에는 근로자들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소득 수준이 높든 낮든 언제 수입이 줄어들지 모르고,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판매 수당이 작년의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더 집중해서 일한다. ‘3불 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도나도 ‘3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해답이 될 수 없다. 끊임없이 자전거 페달을 돌릴 뿐 쉬면서 갈 여유가 없다면 우리 인생이 너무 보잘것없어지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舞蹈病)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을 뿐이다.”소로는 그러면서 간소하게 살 것을 주문했다. 엄격히 절약하고 생활을 최대한 단순화하라는 것인데, 그러나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문제는 기업이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면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격이 없는 기업은 그래서 언제든 냉혹한 괴물로 돌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기업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일 뿐이다.

직원 개개인은 최고경영자와 똑같이 성취해야 할 무언가를 갖고 태어난 인격체다. 가족과 친구가 있고 일자리를 잃으면 눈물을 흘린다. 그런 점에서 아담 스미스의‘도덕감정론’에나오는이 문장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 세상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일까? 탐욕과 야망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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