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취업사관학교로 변신중?

#상명대학교는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취업진로팀에서 개설한 교양과목을 반드시 한 과목 이상 이수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취업진로팀에선 '취업정보분석 및 입사전략', '스피치와 프리젠테이션', '직무적성과 자기계발' 등 과목을 개설해 지원서 작성부터 직무적성검사, 면접 대비방식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일부 과목은 '패스앤페일'(Pass & Fail)이 아니라 A, B, C 등으로 성적을 매기는 정식과목이다.


#서강대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의 일환으로 현장실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 4학년을 대상으로 국내외 기업에서 정규학기는 최소 280시간, 계절학기는 160시간 이상 실습을 받으면 정규학기의 경우 최대 15학점, 계절학기는 3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한다.

대학들이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취업 관련 과목을 정식 학사과정에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예 대학 측이 나서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2일 각 대학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명대·성신여대 등 일부 대학들이 면접이나 직무적성검사를 대비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또 중앙대, 서강대 등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에 참여하는 대다수 대학들은 기업에서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최대 15학점까지 인정하는 산학연계인턴십을 운영 중이다.

취업난 속에 사교육업체까지 찾는 학생들로선 교내에서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 이들 과목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보통 2개반, 80~100명 규모로 개설되는 직무적성검사 대비 강좌는 수강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매 시간 강의실이 꽉 찬다.


상명대학교에서 '직무적성과 자기계발' 과목을 강의하는 이시한 취업전임강사는 "직무적성검사라고는 하지만 문제해결능력 등은 훈련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며 "6개월 간 학사과정 내에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강대의 현장실습프로그램은 기업이 학교 측에 현장실습 참여를 신청하면 학교가 교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학생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대한상공회의소, DHL코리아, SK브로드밴드, 요기요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벤처기업부터 새누리당, 굿네이버스 등 협단체나 정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턴십 기회를 학교 측이 조율했다. 기업과 학생 사이에서 일종의 인력관리 에이전시 역할을 한 셈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서강대학교 재학생 조 모씨는 "현장에서 배우는 지식도 많지만 회사 선배들에게 앞으로의 진로나 미래 로드맵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며 "미리 짧게라도 사회생활을 해본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서울 4년제 대학교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무적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채용제도를 개편하면서 4학년이나 8학기가 돼서 취업을 준비하면 시간이 빠듯하다"며 "학사과정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미래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