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외 악재 극복으로 반환점 맞은 루블

러시아가 최근 대외악재를 극복하면서 루블화가 연일 상승 탄력을 받고있다. 지난해 급락했던 루블화가 이달들어 20여년만에 가장 강력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대외악재로 인해 지난해 거의 반토막이 났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이 각종 제재를 가한 게 첫 번째 악재,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급락세는 두 번째 악재였다.

러시아가 이같은 이중고를 겪으면서 루블화는 지난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크게 절하됐었다. 루블/달러 환율은 지난 1월 역대 최고점(루블화가치 최저점)인 71.9루블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외한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루블화 자유 낙하'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루블화는 그러나 최근 급격한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 루블화 가치는 이달들어 14.7% 급등해 달러 대비 60.6루블까지 올랐다. 루블화 가치가 한달 새 이처럼 뛴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FT는 급락했던 루블화가 반환점을 맞은 것은 최근 원유시장과 국제정세가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수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은 최근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6년 저점인 배럴당 45달러까지 추락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후 차츰 회복돼 최근 배럴당 60달러 안팎에서거래되고 있다.


서방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휴전합의가 체결된 이후 대 러 제재수위를 대폭 강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간 지정학적 긴장도 크게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반등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거점을 두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온 반군이 휴전 협정을 향후 얼마나 잘 지킬지가 관건이다. 러시아 경제가 그간의 대 러 제재 등으로 크게 휘청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크리스틴 투센 단스케은행 선임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올해 후반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루블화 반등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 러 제재와 러시아 중앙은행의 이전 기준금리 인상이 (러시아) 경제의 성장에 하락압력"이라고 지적했다. 단스케은행은 러시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이체은행도 러시아 경제와 통화의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다며 루블화 전망을 밝게만은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도이체은행은 "루블화에 추가적 (하락)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러시아 중앙은행은 제한적 대응만을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