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가 뜨겁다"…겨울스포츠에 울고웃는 금융권

23일 강원도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KB 국민은행 2014~15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KDB생명의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코트로 내려와 위성우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2015.2.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로 농구·배구가 클라이막스에 접어들면서 구단을 운영중인 금융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정규 리그 상위권으로 결선 진출을 확정한 금융사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축제' 분위기지만, 하위권에 처진 일부 금융사는 자존심 회복을 벼르며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23일 저녁 여자프로농구(WKBL) 우리은행 한새 농구단의 홈 경기장인 춘천 호반체육관을 찾았다. KDB생명을 누르고 3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의 만찬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이 행장은 열일을 마다하고 경기장을 찾아 특유의 농구사랑을 자랑했다.

이 행장의 농구사랑은 은행 안팎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1일 경기장을 찾은 것은 물론 지난 1일에도 역대 우리은행장 5명(김진만·이덕훈·황영기·이종휘·이순우)과 경기를 관람했다. 이 행장의 열정은 한새 농구단의 드라마틱한 성장도 연관이 있다. 한새 농구단은 한때 '만년 꼴찌'였지만, 위성우 감독을 영입한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해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강한 은행'을 목표로 성공적인 민영화까지 바라보는 우리은행에게도 필요한 성장의 스토리다.

3년 전까지 WKBL의 최강자는 신한은행 에스버드였다. 올 시즌에도 정규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여전히 선전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반전을 이끈 위 감독의 직전 소속팀이 신한은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자존심의 상처가 상당하다. 하지만 3월 15일부터 열리는 정규 리그 3위와의 플레이오프에는 KB국민은행 스타즈가 버티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되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어지는 WKBL 결선 리그는 라이벌 은행간 뜨거운 자존심 싸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4대 은행' 경쟁자인 하나외환 여자농구단(5위)는 홀로 결선 진출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올해 남자배구 V-리그의 최대 화제는 1위보다는 2위다. 신생팀인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최근 2위를 굳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 배구 불세출 스타 출신인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 시몬의 파괴력이 가세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배구단의 선전에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도 직원들과 함께 안산 홈 경기장을 찾으며 응원에 나서고 있다. 돌풍의 2위에 다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지만, 삼성화재는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전무후무'의 기록이 될 리그 9연패를 목표로 여전히 리그 1위 자리를 지키며 순항하고 있다.


반면 정태영 사장이 유난히 공을 들여 온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은 현재 리그 5위로 처져 결선 진출이 어려워졌고, KB금융 인수를 앞두고 있는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도 6위로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할 처지다. 여자농구서 1위 DNA를 자랑하고 있는 우리은행이지만, 남자배구에선 자회사인 우리카드 한새 배구단이 최하위인 7위를 기록해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