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의 왕' 한국쉘석유, 배당 1000원 줄였더니…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고배당주의 대명사 한국쉘석유가 배당금 축소에 한 달 만에 10.4% 하락했다. 통상 1~2월이 배당주의 배당락 회복기인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 축소 여파가 투심에 악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쉘석유 (269,500원 ▲5,000 +1.89%)는 전일대비 1.43% 하락한 44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관이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50만원대를 회복했던 주가는 45만원 아래로 가파르게 밀렸다.

한국쉘석유는 영국의 로얄더치쉘이 최대주주(53.85%)인 회사로 쉘의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윤활유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외국계 대주주를 둔 기업답게 매년 당기순이익의 80~90%를 배당해왔다.

지난 2월26일 한국쉘석유는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7000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중간배당 2000원을 포함하면 주당 현금배당금은 총 1만9000원으로 작년 말 기준 시가배당률 4.40%를 기록했다. 배당수익률은 높았지만 지난 2년간 주당 2만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배당금이 1000원 줄었다.

한국쉘석유의 배당금 감소는 이익 감소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쉘석유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줄어든 데다 당기순익도 2012년 312억원에서 2013년 296억원, 2014년(잠정치) 269억원으로 서서히 감소 중이다. 윤활유 업황이 경기에 민감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지만 이익 감소가 결국 배당금 축소로 이어져 배당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익 감소로 배당성향이 90%를 넘어서면서 배당주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쉘석유가 편입된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는 3년 평균 배당성향이 90% 미만이라는 조건이 있어서다.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유보 현금 부족으로 기업의 사업전망이 훼손될 수 있어 편입종목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한국쉘석유의 2014년 잠정 당기순이익은 269억원인데 결산배당금으로 221억원, 중간배당금으로 26억원을 각각 지급하며 배당성향 92%를 기록했다. 때문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고배당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펀드 물량이 쏟아지는 것 아니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쉘석유의 2012년 배당성향이 83%, 2013년 88%로 2014년까지 3년 평균은 88% 수준으로 여전히 90%를 하회하고 있다. 즉 오는 6월 정기변경시 적어도 배당성향 때문에 고배당지수에서 탈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 배당성향이 더 올라간다면 고배당지수 탈락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쉘석유의 이익이 3년째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업황과 높은 배당수익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쉘석유의 안정적인 실적, 높은 배당 성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며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이나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윤활기유의 평균 매입 단가 하락으로 단기 실적 개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