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원 70만원 VS 입원 40만원"..차사고 한방치료비 '요지경'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습니다. 6개월은 치료를 더 해야 합니다.”


“어혈제를 드셔야 빨리 회복됩니다. 어차피 치료비는 보험사가 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일부 한의원들이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환자들에게 고가의 치료와 한약을 권하면서 자동차보험금으로 나가는 한방치료비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다. 1일 평균 치료비가 1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보험금 지급항목이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과잉진료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보험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치료비 지급항목을 보면 M한의원의 1일 평균 통원치료비가 10만2279원에 달했다. S한방병원과 Y한방병원도 각각 10만784원, 10만462원을 기록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정형외과에 일주일 입원하면 치료비가 40만원 전후로 나오는데 같은 기간 한방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으면 70만원이 넘게 나온다”며 “통원 치료비가 입원 치료비보다 더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통원 치료비가 1일 평균 6~7만원 나오는 다른 한방병원의 경우 통원일수가 길어져 전체적으로 거액의 치료비가 나왔다. H한의원의 경우 환자 1인당 통원일수가 평균 22일을 넘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한방병원보다는 입원실이 적은 소규모 한의원에서 통원 치료비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첫날부터 먹지도 않는 첩약을 처방하거나 고가의 침이나 한방지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의원들이 교통사고 환자 유치를 경쟁적으로 벌이면서 보험금 지급액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7개 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의 한방치료비 지급액은 지난해 1월~9월까지 총 1403억원으로 전체 의료비 지급액(7695억원)의 18%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지난 2011년(회계연도 기준) 8.8%, 2012년 10.75%, 2013년 15.10%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양방 치료에 비해 한방 치료비가 2~3배 가량 더 들자 보험사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방치료도 양방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에서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 항목이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치료용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쉽지 않아 과잉 진료 여지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청구가 들어오면 고객에게 전화를 해 ‘정말 그 한약을 처방 받은 게 맞냐’고 일일이 물어볼 수밖에 없다”면서 “교통사고와 무관하게 첩약 처방이나 고가의 침을 받아도 ‘치료비는 보험사에서 지급한다’는 생각에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