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큰손' 박성수 회장, 이번엔 '노벨상 메달' 낙찰

경매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62·사진)이 이번엔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4억원 넘는 금액에 낙찰받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이트 샌더스' 경매에 나온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메달이다. 노벨 경제학상 메달이 경매에 나온 것은 사상 처음으로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1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낙찰 받은 노벨 경제학상 메달은 1971년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이론과 국민소득 통계에 관한 실증적 분석으로 수상한 것이다. 쿠즈네츠는 GDP(국내총생산)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GDP가 1년간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총량 가치라고 규정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낙찰가는 약 4억3000만원(39만848달러). 최초 경매가격 1억6500만원(15만달러)에 비해 3배 가까운 금액에 낙찰받은 셈이다. 1901년부터 지금까지 889명에게 주어진 노벨상 가운데 경매에 나온 메달 개수는 5개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성이 있다. 특히 경제학상 메달이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노벨상 메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메달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해 1962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의 메달로 476만 달러(52억3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박 회장은 평소 업계에서 희귀 소장품 수집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항상 집에서 싸온 도시락이나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할 정도로 검소한 박 회장이지만 경매시장에서는 '큰손'으로 통한다.

다양한 소장품 가운데 백미는 201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 받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다이아몬드'다. 당시 낙찰가는 881만 8500만 달러(약 101억원)였다.

영화관련 소장품도 많다. 오손 웰스가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시민 케인'으로 수상한 오스카 트로피를 비롯, 찰리 채플린이 영화 '황금광 시대'에서 썼던 중절모와 대나무지팡이, 조앤 크로포드가 '밀드레드 피어스'에서 입었던 의상 등 영화 관련 소장품만 7000여점이다. 아카데미 트로피도 30여점이 있다.


스포츠 스타와 정치인 관련 소장품도 상당수다.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 선수 60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석판화를 비롯해 196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한 투수 밥 깁슨의 올스타 트로피, 1980년대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라마 호이트의 사이 영 트로피 등이 있다.

박 회장의 수집벽은 '취미' 때문만은 아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의·식·주·휴·미·락의 6개 사업영역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와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 건립을 위해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0점이 넘는 소품들을 이랜드 운영의 렉싱턴호텔과 설악 켄싱턴 스타호텔, 켄싱턴 제주호텔 등 호텔 사업장에 전시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가 세우려는 테마도시에 분야별로 10~15여개의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낙찰 받은 노벨상 메달은 그 중 한 곳에 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