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구조 개편' 중앙대 학생들 "결국 학원 다니는 거죠"

27일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설명회'가 열린 중앙대 R&D 센터에서 교수들이 부착한 성명서를 읽고 있는 학생들. /사진=이진호 기자

최근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중앙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교 측의 이번 결정에 교수와 학생들은 선전물 부착과 집단행동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는 2일 오후 서울 흑석동 캠퍼스 내 R&D관에서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달 26일 발표된 학사개편안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앙대 서울 캠퍼스는 이날 새학기를 맞아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론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우탁우 회장은 공식 SNS 페이지를 통해 이번 구조개편안을 비판했다. 우 회장은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헤비급 구조개편"이라며 "68년 역사의 국어국문학과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문의 가치가 선호도에 따라 평가돼서는 안된다"며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라고 전했다. 국문학과는 이번 학사개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는 학과 중 하나다.

교내에는 교수들의 대자보도 눈에 띄었다.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의로 부착된 성명서에는 "(대학) 본부는 학과를 중심으로 구축된 한국 대학의 기본적인 구조를 파괴하는 초유의 개편안을 발표하여 대학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중앙대학교라는 학문공동체가 지켜가야 할 민주적 의사결정의 전통을 쿠데타적 방식으로 유린한 사건"이라는 강한 어조의 비판이 담겨 있었다.


이어 "기업이 대학을 장악했을 때 대학을 얼마나 황폐화 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업식 구조조정'의 결정판"이라고 꼬집으며 "학문적 성격이 강한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자보를 읽던 15학번 신입생 고모씨(19·남)는 "입학 전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으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내가 입학한 학과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 여학생도 "이제 (대학이 아니라) 학원다니는 거죠 뭐"라며 취업률을 의식한 학제 개편안에 냉소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설명회를 기다리던 신문방송학부 김모씨(20·남)는 "학교 측은 '수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더라"며 "대학교는 사회의 수요를 해소하는 곳이 아닌데 결국 취직과 연결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국문학과를 비롯한 일부 단과대 학생들은 설명회장에 학과 깃발을 들고 단체로 입장했다.

한편, 중앙대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 3학기를 마친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택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학과 자체를 없애고 교수와 학생이 단과대학 내에 소속되는 방식으로 학사구조를 변경하는 이 방침은 발표 이후 교수 등으로부터 큰 반발에 부딪혔다.

학교 본부 측은 "서울과 안성 캠퍼스에서 나온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