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혹시 '소파에 딱 붙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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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 일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은 전성시대를 맞이했고,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마도 경제적 지원자로서 '부자아빠'를 가장의 주 역할이자 목표로 강조했던 시대는 끝나고 아이의 생애 첫 선생님, 최고의 친구라는 엄마에 가려져 있던 아빠의 역할이 각광받는 시대가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빠 육아의 바람은 단지 TV 프로그램뿐만이 아닙니다. 육아에 적극적인 북유럽아빠 '스칸디대디(Scandi Daddy)', 친구 같은 아빠 '프랜디(Friend+Daddy)', 아이와 잘 놀아주는 '플레디(Play+Daddy)'라는 신조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아졌고, 아빠 육아는 트렌드를 넘어 자연스런 문화로까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2~6살의 아이들에게 특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각각 아이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주지만 그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엄마는 다정한 목소리와 자상한 보살핌으로 아이의 인지발달에 영향을 주지만 아빠는 '놀이'라는 구체적 경험을 통해 아이의 인지발달을 돕습니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놀면서 아이의 창의성을 자극시켜, 아이에게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력을 길러 줍니다. 엄마 쪽이 다소 감정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과학적인 사고발달, 논리적인 접근태도를 길러 주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반면, 아이들은 아빠와의 관계 속에서 체계적인 사고 방법을 배우며 이것은 어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정서적인 자극을 통해 풍부한 감성과 올바른 심성을 키울 수 있는 반면, 아빠를 통해 대인관계, 직업관, 자립심 등을 형성하게 됩니다.

아빠는 아이의 성 역할 발달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동성의 모델이 되며, 딸에게 아빠는 최초의 이성상입니다. 자녀가 아빠와 긍정적이고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 자녀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아빠가 자녀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자녀의 인지발달이나 성취욕, 사회성 발달 등이 촉진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즉, 아빠와 자주 접촉하는 자녀들이 학교 성적도 높고, 이루어 내고자 하는 성취동기도 크며 친구관계나 학교생활 적응면에서도 잘해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엄마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일시적으로 갈등이 있을 때 아빠는 자녀에게 있어 든든한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잘 구별하지 못해도,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인 것입니다. 아빠와 엄마가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것 같아도 아빠는 엄마보다 목소리가 크고 굵고 낮으며, 옷도 서로 다르게 입고, 다르게 움직입니다. 또한 아빠와 엄마는 체취가 다르고 피부 느낌도 다르며 자신과 놀아주는 자세 또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피곤할 때 엄마를 찾고 방에서 뒹굴기, 목마타기, 따라잡기와 같이 자극적이고 활동적인 놀이를 하고 싶을 때는 아빠를 찾고 아빠와의 놀이를 더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각기 다른 욕구를 채워준다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 때도 서로 다른 언어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아이에게 좋은 학습 자료가 됩니다.

엄마와 아빠, 양쪽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발달시킨 유아들은 보다 편안한 방법으로 자신의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안정감을 느끼며 세상을 배워가고,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올바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의 양육을 엄마가 맡아서만 하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장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날이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가 놀이터가 되어줄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아빠 또한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엄마와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자녀 양육과 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우리아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또 최고의 아빠 놀이터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혜련 소장은…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한국짐보리에 입사했다. 현재 짐보리 프로그램 개발과 교사 연수를 총괄하고 있으며 방송프로그램 개발·자문, 부모교육 강의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영·유아 교육전문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시작된 짐보리는 만 0~5세 영유아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에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