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압력 속, 한은 3월도 ‘동결’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홍봉진 기자

“중국 등 경쟁국들도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미국이 9월경 금리를 높이기 전에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중국이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p 더 내리고 미국이 오는 9월경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장과 학계를 중심으로 금리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미루다가는 통화정책을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오는 12일 예정된 3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의결한 2월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 전문가들 3월 금통위 ‘동결’에 무게= 3일 머니투데이가 학계, 시장 전문가 10명에게 3월 기준금리 전망을 문의한 결과 응답자 모두 동결을 예상했다.

다만 3월 금통위에선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윤여삼 KDB투자증권 팀장은 “1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보면 생산, 소비 등 전반적인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왔고 중국 등 주변국도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을 도모하고 있어 금통위 스탠스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1~2월 지표를 보면 특별히 경기가 하강국면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하락 영향으로 16년 만에 가장 낮았고 이주열 총재도 앞서 경기회복세에 도움이 되는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들을 염두할 때 3월 당장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4월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경기지표만으로는 한은이 쉽게 정책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4월 수정경제전망 이후 한은이 ‘결단’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1.9%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 한은, 가계부채 등 시장안정성에 방점= 한은 인사들은 향후 금리전망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수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금리인하보다는 유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은 인사들은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금리인하가 실물경기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통상적인 금리인하 효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 까지 전반적인 경기흐름을 지켜봐야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가 실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적어도 2~3분기는 지나야 한다. 실물경제 영향은 1~2달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한은 인사들은 금리인하 이후 가계부채 총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한 부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전세를 구하지 못한 30~40대 젊은층들이 융자를 더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향후 금리인상 시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기준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전년대비 67조6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의 LTV, DTI 규제완화와 함께 금리인하 효과가 맞물리면서 4분기에만 가계부채가 29조8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 ‘인하’ vs ‘동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3~4월이 적기라는 견해도 있지만 금리인하가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창대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가계부채 증가는 금리인하보다는 전세가 사라진 임대주택 시장의 구조변화에 영향이 더 크다”며 “침체된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가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특히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금융지원,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등 필요한 부분에 선택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이 더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