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수면 사용료 ‘전액 감면’ 마리나항만 개발, 누가 활짝 웃게 될까?

호화로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마리나 전경이다./사진제공=요트피아

19C 후반, 흥선대원군은 고종을 왕위에 올린다. 왕의 아버지가 된 그는 수렴청정을 하며 조선팔도를 그의 손아귀에 넣게 된다. 그에게 주요 국정과제는 세 가지였다. 세도정치로 문란해진 국가기강 정립, 백성의 생활고를 해결, 그리고 외세 침략에 방어하는 것이었다. 집권초기 백성들은 그의 수렴청정을 지지한다. 양반들의 근거지인 서원을 대규모 철폐해서 국정에 필요한 세금을 거둬들이고 사창제를 운영하여 백성들이 곤궁한 삶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에게는 백성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었으니 그것이 왕권강화다. 대원군은 왕권강화를 위해 임진왜란 이후로 불타버린 경복궁을 중건하라 명한다. 왕이 사는 궁궐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그에게는 무너지고 있는 백성들의 삶보다 더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경복궁 중건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것은 백성들이 흥선대원군에게 등을 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만다. 노동력을 징발하고 세금을 걷고 고액화폐를 발행하며 물가를 올려 민초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2일 해수부는 마리나항만 개발·운영 활성화에 관한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마리나항만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전액 감면하며 마리나 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이다. 공유수면(公有水面)이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소유에 속하고 공공의 목적에 사용되는 수면을 말한다. 이는 마리나 사업자들에게 세금을 감해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대원군은 서원을 철폐함으로써 면세가 되던 토지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국가 재정을 확충하려 했었다. 그런데 21C 정부는 직접세를 행사하여 나랏돈을 확보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규제기요틴’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등장시킴으로써 마리나항만 개발 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 촉진과 마리나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공유수면 점·사용료 전액 감면이라는 근대보다 더 근대적인 조치를 내리려 한다.

해수부는 이번 시행령의 개정을 적용 예정인 ‘중문 마리나항’의 향후 5년간 공유수면 점·사용료가 약 13억 감면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말은 13억 원의 국가 재정을 포기 했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결국, 부족한 세수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월급쟁이의 지갑에서, 담배 한 개비, 술 한 잔에 대한 세금에서 메워지게 된다.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대부분의 피지배 계층은 국가에서 거둬들이는 ‘땜빵’을 위한 납세로 재산을 비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가 더 어려워졌다.

‘경제 개혁 3개년’, ‘창조 경제’라는 허울 좋은 슬로건은 누구를 위한 경제 살리기인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목표 행위에 대한 타깃을 정한다. 무의식적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정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책들은 ‘누구에게’, ‘왜’하는 것인가. 해수부가 밝힌 보도 자료에는 공유수면 점·사용료가 13억 감면 받게 되었다고 자랑하듯 번듯하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다수의 국민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숨겨야 할 내용이었다. 배고프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인데 사업한다는 배부른 형에게 돈 꿔주는 꼴이다. 밥을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 없는 큰 형 아래 동생들이 배부른 형을 언제까지 기다려야할까. ‘낙수효과’라는 말도 안 되는 효과가 저절로 발생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마리나항만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전액 감면하여 민간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였다”, “이번 공유수면법 시행령 개정으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마리나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해양수산부 연안계획과장은 장밋빛 꿈에 부푼 말을 전했다.

이대로 마리나 산업을 활성화 시켜 어느 누가 활짝 웃게 될지 우리는 따져봐야 한다. 누가 활짝 웃든 말든 상관없다고? 13억 원의 감면금은 고스란히 우리 주머니에서 메워야할 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조경제’의 실체가 이것이다. 사업 다양하게 벌여 돈은 나만 챙기되, 책임은 국민 모두에게!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배부른 자들은 달디 단 ‘무엇’은 혼자 먹으려 하면서 ‘대가’는 다 같이 나누자는 주장을 ‘창조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창조적인’ 움직임들은 야바위 수준이다. 피해자는 당하고도 당한 줄 모르게 당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권이 본질적으로 활성화시키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들의 지지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조심스럽게 정권 하야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정부는 이른바 ‘규제기요틴’을 거두고 현 시대와 맞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분배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규제기요틴’을 휘두르다가 그 기요틴이 무엇을 떨굴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친수정책은 필요하다. 바다와 그 주변 지역을 활용하는 산업도 마땅히 부흥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책임 없는 횡포는 결국 다른 사람의 희생을 불러일으킨다. 합리적이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마리나항만 활성화 정책이 펼쳐지길 바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소망이라는 현실이 슬프다.

150여 년 전, 흥선대원군은 국가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경복궁 중건으로 백성을 위해 펼쳤던 공들이 한 순간에 잊혀졌고 도리어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이후로는 세력을 펼칠 수 없었으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백성을 떠난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어떻게 파멸하였는지 잘 보여주는 한 역사적 예라 할 수 있겠다.

요트피아 최주연기자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