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OO데이', 아무도 모르는 '△△데이'

'OO데이' '△△데이' 'XX데이', 하루가 멀다 하고 '데이'가 돌아오는 데이마케팅 전성시대다. 이달만 해도 3일 삼겹살데이가 지났고 7일 참치데이, 14일 화이트데이가 이어진다. 다른 달도 마찬가지다. 5월에는 오리데이·오이데이(2일), 오삼데이(3일), 아구데이(9일), 로즈데이(14일) 등이 줄지어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기념일까지 더하면 '데이' 아닌 날이 며칠이나 될까 싶을 정도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식품업체와 농협, 축협 등 유관기관이 전개하고 있는 'OO데이' 캠페인이 40~50개에 달한다. 그중 삼겹살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익숙한 '데이'도 있지만 인삼데이(2월23일), 아구데이(5월9일)나 유기농데이(6월2일), 육포데이(6월4일), 육우데이(6월9일), 추어탕데이(7월5일)처럼 생소한 '데이'도 많다.

데이마케팅이 관련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매출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최근 화제가 된 삼겹살데이나 빼빼로데이는 매출이 많게는 평소의 2~3배로 증가하지만 여타 데이의 경우,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다.

2

대형마트 매출을 보면 올 삼겹살데이에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삼겹살 매출은 전주대비 각각 189%, 343% 뛰었다. 지난해 참치데이 때도 관련 매출이 239.4%, 148% 증가해 삼겹살데이 못 지 않은 특수를 누렸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빼빼로데이 직전 10월과 11월에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발생할 정도다.

이에 비해 인삼데이나 유기농데이, 라면데이, 구구(닭고기)데이 등은 '데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출효과가 지지부진하다. 이마트의 경우, 유기농데이나 라면데이 때 관련 상품의 전주 대비 매출 신장률이 10% 안팎에 그쳤다. 인삼데이나 구구데이 때는 매출이 오히려 10% 이상 감소했다.


데이마케팅은 상품에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해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기업에서 시작됐지만 요즘은 농축산물 소비 장려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가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들어온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빼면 국내 데이 마케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는 빼빼로데이다. 제과업계에서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가 3대 명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빼빼로데이의 시작은 1990년대 초반 경남 지역에서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해져라'라는 의미로 날렵한 모양새의 스틱형 과자 '빼빼로'를 선물한 게 계기가 됐다. 롯데제과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빼빼로데이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에 즈음해 매년 10월이면 새 TV CF를 방영하고 10종 안팎의 시즌 상품을 내놓는다. 이 같은 빼빼로데이 인기를 따라잡기 위해 에이스데이(해태), 칸초데이(롯데), 새우깡데이(농심) 등도 등장했다.

삼겹살데이, 오리데이, 인삼데이, 육우데이, 추어탕데이 등은 농축수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홍보한다는 취지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유관단체가 기획했다. 삼겹살데이의 경우 2000년대 초반 구제역 파동으로 양돈농가 소득이 급감하자 축협이 시작했고 오리데이는 부진한 오리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농협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삼겹살데이를 제외한 지자체나 유관기관이 지정한 '데이' 행사 중 상당수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전준비의 바탕 위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방법을 찾는 것이 데이 마케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헤일로에이트의 소원창 팀장은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시장 조사와 함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 포인트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 팀장은 "지자체나 단체 차원의 단순 홍보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통채널을 비롯한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유통채널과의 공동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