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어린이병원이 골목상권 침해?

/자료=보건복지부

야간과 휴일, 아이가 아플 때 문 연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을 없앤다는 취지로 마련한 '달빛어린이병원'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제도 확대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자, 환자를 뺏길 위기에 처한 동네 소아과 의사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소아과 의사들은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리면 동네소아과 환자가 줄어 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 인 만큼 확대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달빛어린이병원 15개로 확대=보건복지부는 4일 야간·휴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을 현행 9곳에서 1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한 부산과 대구 경기 전북 경북 경남 제주지역 외에 인천, 경기 용인, 충남 서산, 경북 포항, 경남 양산, 부산 동구에 병원이 추가된다. 이르면 이달부터 365일 밤 11~12시까지 진료를 하게 된다. 휴일에는 저녁 6시까지 운영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휴일 소아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응급실로 소아환자가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지정병원에는 연 평균 1억8000만원(국가와 지자체 50대50 부담)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이용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 복지부는 올해 2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 지자체 예산부족 등으로 이번에 일단 6곳만 추가 지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 강원, 대전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병원이 많았지만 의료진의 야간근무 기피와 지자체들의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6곳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나머지 5곳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동네소아과 줄도산" vs "국민에 도움"=정부의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방침에 소아과 의사들은 반발했다. 제도 확대로 동네소아과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에 반대한 동네의원들의 논리와 같다.

서울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아이가 줄면서 동네 소아과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밤에 문 여는 병원이 생기면 낮에 동네소아과를 찾을 환자가 해당 병원을 찾게 되고 낮 시간 동네소아과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역시 성명을 통해 "대형마트가 싸고 편해도 동네슈퍼가 무너지면 국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며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되면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몰락해 경증 질환에도 장거리 이동해 진료 받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국민 불편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과 의사들의 반대와 관련, "환자 숫자가 줄 수 있어 반대하는 입장을 이해 한다"면서도 "국민 불편과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는 야간 진료비를 높이면 밤에 문 여는 소아과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13년 진료비 인상에도 야간진료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9시를 기준으로 환자가 급격히 줄어 야간 진료비로 운영비용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영비용 보전을 위해서는 진료비를 현재의 3~4배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국민 부담이 커져 응급실 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며 "달빛어린이병원을 홍보해 야간 환자 숫자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