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불법자전거래로 당국 중징계 수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현대그룹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한 22일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 철문이 닫혀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를 매각하고,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사업을 매각해 약 3조34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자구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그룹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현대증권 (7,370원 ▲10 +0.1%)이 정부와 공공기금을 운용하면서 기금에 투입된 상품에대해 불법자전거래를 해왔던 사실이 드러나 최대 일부 영업정지 등 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당국은 장부가 매매를 통해 수백억대 기금수익을 현대증권이 빼돌렸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2008년~2013년 우정사업본부와 복권기금 등 정부 기금 30조원을 랩어카운트와 신탁형태로 맡아 운용하며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은 기금계좌에서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사들인 뒤 이를 다른 고객계좌로 넘기는 자전거래를 다수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공공기관 자금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운용주기가 단기화된데 반해 금리는 장기상품이 높다보니 증권사들이 이 과정에서 영업목적으로 고객계좌에 장기상품을 다수 편입시킨뒤 만기를 맞추기 위해 상품간 자전거래를 편법적으로 동원한 것"이라면서 "자전거래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지사항이고 거래규모가 57조원으로 많아 이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보도로 논란이 됐던 장부가이하 매매를 통한 257억대 고객간 수익을 부당이전한 의혹은 혐의점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통상 채권을 단순히 민평수익률 이하로 팔았다고해서 무작정 손해를 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령 부동산을 감정가 이하로 팔았다고해서 배임이 되긴 어렵다"면서 "감정가나 민평수익률 모두 참고사항일 뿐 당시 거래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에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11월 현대증권의 정부기금 부당운용 의혹이 제기되자 종합검사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검사결과를 마무리 짓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이를 상정할 예정이며 검사실무진은 일부 영업정지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정지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