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의 숨겨진 효과...'부의 재분배'

액면분할이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액면분할의 '부의 재분배' 효과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형주들이 배당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액면분할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지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당 가격이 100만~300만원에 달하는 황제주 아모레퍼시픽 (142,800원 ▼3,700 -2.53%)과 아모레G (29,750원 ▼700 -2.30%)는 지난 3일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액면주식 5000원짜리 보통주 1주를 액면주식 500원짜리 10주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주식분할 관련 내용을 확정한 뒤 오는 5월8일에 분할된 주식을 변경 상장할 예정이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주당 278만원인 아모레퍼시픽은 27만8000원짜리 주식 10개로 변경 상장된다.

그간 대형주들은 코스피시장 성장과 함께 주가가 올라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워졌다. 1주에 100만원짜리 주식은 10주만 사도 총 매수 금액이 1000만원에 달한다. 대형주를 담지 않으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 힘든데도 개인 투자자가 대형주를 쉽게 사지 못했던 이유다. 실제로 시총 1위인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143만7000원)와 9위인 NAVER (182,400원 ▲1,700 +0.94%)(68만원)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주가 배당을 확대하면 외국인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까지 공시된 2014년 연말 배당액은 14조1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3조2031억원 증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배당액을 늘어난 결과다. 유가증권시장 대형법인 45개사의 배당총액은 8조8085억원으로 전체 배당액의 62.2%를 차지한다.

황제주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을 1만38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늘렸다. 우선주는 1만3850원에서 1만9550원으로 올랐다. 배당락 전일인 지난해 12월26일 보유 비중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외국인이 받게 되는 배당액은 보통주 1조4890억원, 우선주 3581억원으로 총 1조8471억원이 된다.

아모레퍼시픽도 연말 배당을 6500원에서 9000원으로 높였고, NAVER도 배당을 734원에서 782로 상향조정했다. 이 외 오리온 (13,760원 ▼50 -0.36%)(97만7000원)이 주당 배당금을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롯데제과 (25,200원 ▼200 -0.79%)(177만3000원)는 주당 배당금을 4000원에서 5200원으로 높였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국제적인 기업인 애플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부자가 되도록 자사 주식의 50%를 미국 국민이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애플이 꾸준히 주식을 분할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액면분할은 개별 주식선물·옵션의 거래 문턱을 낮춰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선물·옵션은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현물(주식)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는 효과를 낸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개별 주식선물·옵션이 없지만 삼성전자는 선물과 옵션이, NAVER는 선물이 상장돼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3월물 선물을 거래하려면 증거금 202만원이 필요하다. 개별 주식선물은 승수가 10이므로 1계약(현재가X승수)인 1430만원어치의 선물을 거래하는데 202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선물 만기일 당시 가격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액면분할로 주가가 낮아지면 증거금도 연동돼 함께 떨어져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