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도 아니고.." 기업형 학원 입학테스트·비용 '빈축'

#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김희영(38)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어학원을 찾았지만 기분만 상했다. 아이의 실력을 알고 있는 만큼 기초반에 넣기를 희망했지만 학원측에서 레벨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실력을 평가해봐야 한다고 했다. 테스트 결과 아이는 역시나 초급반에 배정됐고 김씨는 애꿋은 테스트 비용만 지불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을 수 없었다.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주부 이미영(37)씨 역시 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와 관련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테스트를 받았는데 아이의 하교시간과 학원 시간대가 맞지 않아 학원 수강이 불가능했던 것. 그러나 학원측은 레벨 테스트 비용을 환급해 주지 않았다. 이씨는 이미 수강 신청한 원생들이 많아 수강시간 선택이 여의치 않은 것인데 학원측이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고 비용도 환급해 주지 않아 장사 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불쾌해 했다.


새학기 시작과 함께 사교육을 위해 학원을 찾는 부모들이 일부 기업형학원의 입학(레벨)테스트 및 비용에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학원입장에선 아이의 수준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위해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학원의 레벨 테스트와 비용 요구는 사실상 횡포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형 학원들이 학원 입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에 대해 레벨테스트 및 비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원은 직영 및 가맹점, 학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레벨테스트와 함께 1~2만원 가량의 비용을 받고 있다.

실제 아발론교육, 서강SLP는 2만원 받고 있으며 CMS에듀케이션은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또 정상어학원과 와이즈만영재교육은 1만원을, 주한영국대사관 어학원은 5000원의 테스트비용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기관인 학교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학원이 학원생모집에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입시 및 취업 등 특정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테스트비용을 받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모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원이 무조건 레벨테스트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아이들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이를 빌미로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학부모는 "모르기 때문에 배우러 학원을 다니는 것 아니겠느냐"며 "영재 학원도 아니고 아이에 대한 레벨테스트는 물론 여기에 비용까지 지불토록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원에서 진행하는 테스트가 토익 등과 같은 공인시험도 아니고 평가방식이 제각각 일텐데 무조건 각 학원이 실시하는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좋든 싫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원성에 학원측은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의 레벨테스트를 위해 나름대로 테스트 방식을 개발하고 아이의 실력에 맞는 집중 상담까지 이뤄지는 만큼 일부 비용 발생은 부득이하다는 것.

한 학원 관계자는 "통상 테스트에서 상담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며 "테스트만 받고 수강을 하지 않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는데, 학원 입장에서 학원을 방문하는 부모 및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테스트틀 무상으로 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