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삼성 계열사 인수 독과점 우려 "가격인상 제한"

정부가 한화케미칼의 삼성 석유화학 계열사 인수건에 대해 승인하면서도, 독과점 우려 탓에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케미칼(주)이 지난해 11월 계열회사인 한화에너지(주)와 함께 삼성종합화학(주)의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한화가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사업 계열사 일괄 인수하는 빅딜)가 국내 EVA(Ethylene Vinyl Acetate,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EVA란 에틸렌과 VAM(Vinyl Acetate Monomer,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을 중합해 만드는 폴리에틸렌의 일종으로 발포성·접착성·투명성이 우수해 신발 밑창과 태양전지 필름, 비닐하우스 필름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이날 한화케미칼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는 건에 대해 승인했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 1위(매출액 기준) 사업자가 돼 EVA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경쟁사 간 가격과 수량 등에 대한 협조 가능성이 커져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영향을 받는 시장은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이 공통적으로 생산하는 4개 폴리에틸렌 제품(LDPE, LLDPE, HDPE, EVA) 시장이다. 이중 EVA 시장에서 결합된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68%(2013년 판매량 기준)로 1위가 되는 등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결합 이후 회사가 시장점유율 합계가 50% 이상으로 1위 사업자고, 2위 사업자와의 차이가 그 합계의 25% 이상일 경우 경쟁제한 대상이 된다. 국내 EVA시장엔 '한화케미칼+삼성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외국 사업자 등이 진출해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화케미칼과 삼섬토탈의 합병 회사가 70%를 차지했다. 롯데케미칼은 14%, LG화학은 11%, 외국 사업자는 4% 등이다.

EVA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제품 시장은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의 시장점유율이 그만큼 높지 않고 다수 경쟁사업자와 수입량의 존재로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가능성이 낮다.

공정위는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높고 경쟁사업자의 수도 4개에서 3개로 줄어, 독과점이 심화될 거라고 지적했다. 태양전지 필름용·코팅용 EVA의 경우 한화케미칼의 품질이 경쟁사들보다 월등할 뿐만 아니라, 결합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90%와 87%로 두 회사가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EVA 수출가격이 인상돼 국내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국내가격 인상률을 당해 반기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제한했다. 또 앞으로 3년간 EVA 수출가격이 낮아질 경우 국내 가격을 인하하되 인하율은 당해 반기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정했다. 아울러 매년 반기 시정명령 이행 결과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토록 했다.

공정위는 이밖에 결합회사의 가격인상에 대응해 경쟁사들이 이를 대체하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도 불충분하다고 봤다. 결합회사는 거의 모든 용도의 EVA를 공급할 수 있지만, 경쟁사들이 공급 가능한 EVA품목은 제한돼 있는 탓이다. 아울러 수입의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은 상황에서 결합 이후 경쟁사업자의 수가 4개에서 3개로 줄어 경쟁사간 협조가 더욱 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 회사의 가격인상 현황을 매년 반기별로 점검하는 등 시정명령 이행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오랜 기간 소수 사업자 과점체제가 유지돼 온 EVA시장에서 결합 이후 독과점이 더욱 심화돼 결합 회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시장 지배력이 있는 결합회사가 국내 가격을 보다 경쟁이 치열한 국제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출가격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돼 국내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