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술' 기피에 김영란법까지 위스키업계 '울상'

'김영란법' 국회 통과로 위스키 업계가 울상이다. 음주습관 변화로 매출이 하락세인 가운데 김영란법이 위스키 판매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는 유흥주점이다. 룸살롱과 단란주점, 고급바, 나이트클럽 등이 전체 판매량의 80~90%를 차지한다. 고가 선물용 수요도 있지만 유흥 소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유흥주점에서 소비되는 위스키 가격은 한 병에 수십만 원의 고가로 대부분 '접대용'이다. 따라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접대문화가 바뀌면 위스키 판매 감소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는 참여정부 때 시행됐던 접대비 실명제만큼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이 건당 50만 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 목적과 접대자 이름, 접대 상대방의 상호와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기재토록 했다. 2004년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폐지됐다.

5년간 지속된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들의 접대비 축소로 이어졌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5조4372억 원이던 기업 접대비는 실명제 도입 후인 2004년 5조1626억 원으로 약 5% 줄었다.


이후 실명제가 폐지됐지만 접대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위스키의 주 수요처인 호화 유흥업소의 법인카드 사용이 감소했다. 국세청이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룸살롱 등에서 이뤄진 법인카드 사용은 △2010년 1조5335억 원 △2011년 1조4137억 원 △2012년 1조2769억 원 △2013년 1조2338억 원으로 3년 사이에 2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법인카드 사용 축소와 함께 과도한 음주 경계와 휴식 문화 확산 등으로 위스키업계는 6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국내 위스키시장은 2008년 284만8000상자(1상자 9ℓ)를 정점으로 2009년 255만8131상자로 10.2% 줄었다. 이어 2010년 252만2925상자(-1.4%) △2011년 240만667상자(-4.8%) △2012년 212만6037상자(-11.4%) △2013년 188만7370상자(-11.2%) △2014년 178만5048상자(-5.4%)로 6년 간 110만 상자(37.3%) 가량 판매가 줄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기업 접대비 삭감과 소폭 문화 확산 등 주류 소비 추세 변화로 위스키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위스키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스키 업체들은 젊은층 사로잡기와 대중화로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윈저와 조니워커로 알려진 디아지오는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 컨섬션(Home Consumption)에 초점을 맞추고 '보드카 칵테일' 등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도 싱글몰트 글렌피딕과 아이슬란드산 프리미엄 보드카 '레이카'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