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 심장 전문의 전성시대

왼쪽부터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

국내 의료계 중심인 '빅(big)5 병원'을 '심장'이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5개 대형병원 중 4곳의 수장 자리에 심장 전문의가 포진하고 있는 것.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중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 등 3개 병원 원장이 심장 분야 전문의다.

세브란스병원은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이 심장내과 전문의로, 5개 병원 중 4개 병원의 수장자리에 심장 분야 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지난 1일 연임에 성공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만 심장 분야 전문의가 아닌 감염내과 전문의다.

오 원장은 2013년 신경외과 전문의인 정희원 전 원장 후임으로 병원장 자리에 올랐다. 오 원장 취임 전 서울대병원장은 10여 년간 외과분야 의사들이 맡아왔다.

박 원장은 2011년 종양내과 전문의인 이정신 전 아산병원장의 자리를 이었다. 승 원장은 2013년 9월 비뇨기과 전문의인 황태곤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성모병원 수장 자리에 올랐다. 정 의료원장은 지난해 8월 소아과 전문의인 이철 전 연세의료원장의 후임 원장으로 임명됐다.


의료계는 '심장 전문의 원장 시대'가 열린 이유로 심뇌혈관 진료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을 꼽았다. 최근 몇 년 간 빅5 병원들은 '암' 이후 중점진료 영역으로 '심뇌혈관 질환'을 지목하고 해당분야 투자를 늘려왔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령화로 노인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병원마다 심뇌혈관 파트를 센터 또는 병원 급으로 격상시키고 인력, 장비를 투자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병원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라면 칼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면서 의료계 주도권이 외과에서 전체과로 분산되는 추세"라며 "진료 외에 연구파트 역시 중요해져 연구력이 강한 내과 의사들의 병원 내 위상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심장 전문의들이 같은 시기에 원장을 맡으면서 빅5 병원 간 소통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다. 오 원장과 박 원장은 서울의대 선후배 사이고 정 의료원장과 승 원장은 2006년 대한심장학회에서 학술이사와 총무이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 대형 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은 모르는 타 병원 정보를 원장이 먼저 아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빅5 병원이 잇따라 UAE(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한 것 역시 이 같은 유대관계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UAE에 진출해 왕립 셰이크 칼리파전문병원을 위탁운영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성모병원은 두바이에 검진센터 수출을, 연세의료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여성암센터 수출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