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코스피,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가 5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했지만 기관의 매도 물량에 밀리며 2000선에 안착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현재 출회되는 기관 매물의 특성상 매도 한계가 있고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인한 외국인 매수세 지속이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우려가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하락 마감하며 하루 만에 20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이날도 전일 대비 1.48포인트(0.07%) 하락한 1996.81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간만에 커진 강세장에 대한 염원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오전 10시 쯤 다시 2000선을 터치하며 안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00을 넘긴 코스피를 다시 1990선으로 끌어내린 건 기관이다. 6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는 기관은 지난 4일에만 3264억원 어치의 물량을 쏟아냈다. 이날도 현재까지 300억원이 조금 넘는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관 매도의 주체는 증권사다. 지난 4일 기준 전체 기관 매도 물량 중 77%를 증권사가 쏟아냈다. 상승장에서 증권사가 매물을 쏟아낸 이유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파생형 ETF의 매매 형태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피가 2000선까지 올라오는 동안 개인들은 레버리지 ETF에 대해 연일 순매도를 벌이고 있는데, 개인이 매도한 레버리지 ETF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증권사는 이를 시장에 매도할지, 선물매도를 통해 해당 ETF를 보유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되는데 보유 시 가격변동 위험 헤지에 활용되는 코스피200지수선물이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여 증권사들이 이를 시장에 팔고 있는 것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LP용 최소 제고를 제외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추가 청산이 가능한 물량은 대략 1조원"이라며 "최근 4일간 평균 순 매도 속도(일당 1910억원)를 고려할 때 대략 5일 이후면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수급 흐름에 집중하기 보다는 '신 3저효과'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 앞으로 다가올 '호재'에 집중해야 된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신 3저효과'란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를 뜻하는 것으로 일부 증권가에서는 이 효과에 힘입어 올해 상장기업의 실적이 3년 연속 감익에서 벗어나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예상하는 만큼의 실적개선이 이뤄진다면,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돼 연간 기준 코스피가 2100선도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경제는 원유수입비중과 제조업 비중이 글로벌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유가하락의 수혜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하락이 국내 산업전반의 생산비용을 감소시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10% 하락 시 전산업 0.67%, 제조업 1.04%, 서비스업 0.28%의 생산비용 감소가 예상된다"며 "유가하락에 따른 제조업의 생산비용 감소효과가 서비스업 대비 4배 가까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하락은 주요 선진국 대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올해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38% 하락한 평균 65달러를 기록할 경우 상장기업의 생산비용은 2.9% 감소해 약 50조5000억원의 매출원가 절감이 기대된다"며 "이 경우 코스피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12.20% 증가한 8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가 연초대비 큰 폭의 하락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5년의 흐름을 살펴보면 컨센서스가 연초대비 많이 하락하지 않은 2010년, 2011년의 경우 실제 발표된 실적도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상황을 봤을 때 기업들의 1분기 성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지난 1월 발표한 월 600억유로에 달하는 양적완화의 시행일자 등 구체적 계획이 발표되는 만큼 ECB 회의를 기점으로 코스피 지수가 다시금 상승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를 끌어올린 주체가 외국인 인만큼 차후 유동성 증가에 따른 외국계 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돼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악재 중 하나로 꼽혔던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걷힌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은 이날 오전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외국인의 매수세로 실제로 ECB가 양적완화에 돌입할 경우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규모가 더 욱 커질 것"이라며 "2011년 ECB의 양적완화 사례를 살펴봤을 때 약 3개월 가량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