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5연임 CEO 또 탄생..4연임 명함도 못 내밀어

왼쪽부터 김정우 종근당 부회장,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 올해 주총에서 김정우 부회장과 이정치 회장은 대표이사 5연임, 이종욱 사장은 4연임에 도전한다./사진제공= 각 회사

김정우 종근당 부회장(69)과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73)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5번째 대표이사 재선임(3년 임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2003년 나란히 최고경영자(CEO)에 올랐고, 이번에 재선임에 성공하면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홀딩스 (61,300원 ▲100 +0.16%)와 일동제약 (8,610원 ▲170 +2.01%)은 20일 주총을 열어 김 부회장과 이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을 결정한다. 김 부회장은 1972년 종근당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3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1967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2003년 CEO가 됐다. 이밖에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66)은 2006년 대표에 선임됐고, 올해 주총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이들보다 앞서 5연임에 성공한 제약회사 CEO도 3명이다.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70)와 이규혁 명문제약 대표(66), 이병석 경동제약 대표(62) 등은 2013년 5연임에 성공, 임기가 1년 남아 있다. 김원배 동아에스티 부회장(68)은 2003년 이후 12년째 CEO를 맡고 있는데 임기가 1년 남아 있다.

이처럼 제약업계에는 유독 장수 CEO가 많다. 언급된 사례 외에도 이금기(82) 일동후디스 회장이 26년간 일동제약 CEO를 맡았고, 유충식 동아쏘시오홀딩스 이사(79)는 20년 동안 동아제약 CEO를 지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제약업계 업력이 오래된 데다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역할이 잘 나눠진 것이 장수 CEO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오너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오너와 손발이 잘 맞는 전문경영인이 롱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한 회사에 수 십 년 동안 일해 온 CEO들은 공동 창업자나 마찬가지"라며 "회사 사정에 누구보다 밝아 오랫동안 CEO자리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 산업은 연구개발이나 영업부문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이 중요한 것도 CEO들이 자주 교체되지 않는 이유다. 김현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제약은 호흡이 긴 산업"이라며 "변화보다는 업무 연속성이나 안전성을 중요시해 최고경영진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며 "신약기술을 수출하더라도 계약체결, 허가등록,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업무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 약사를 상대로 하는 제약영업 특성상 인맥이 자산"이라며 "CEO를 회사의 브랜드로 볼 수 있어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CEO들이 장수하면서 인사적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60~70대 CEO들이 경영권을 놓지 않아 능력 있는 임원들도 정년퇴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