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 장외 신경전 치열

금호산업 (4,195원 ▼40 -0.94%) 인수를 둘러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의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호반건설의 자금 조달을 견제하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박삼구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금융권에 직접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 융통을 요청함과 동시에 타 인수참여자에 대해 견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을 최대한 견제해 입찰가격을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박삼구 회장이 금융권에게 자금 조달을 요청하면서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의 자금 조달을 견제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박삼구 회장의 입장에서 다른 인수참여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것도 인수전을 수월하게 이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호산업 입찰적격자로는 총 5개사가 선정된 상태다. 전략적 투자자로는 호반건설이, 재무적 투자자로는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이다.

신세계가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곳이 호반건설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을 실제로 경영해 발전시킬 의사와 능력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우대할 계획이다. 또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따라오는 아시아나항공 (10,680원 ▼60 -0.56%)은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인수가 가능해 전략적 투자자가 유리하다.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재무적 투자자보다 전략적 투자자인 호반건설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호반건설이 구성하는 컨소시엄에 자금을 조달해줄 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상열 회장은 금호아시아나의 텃밭인 호남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광주상의 회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박삼구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광주상의는 금호아시아나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현 회장인 박흥석 광주상의 회장도 선거 당시 금호아시아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올해 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김상열 회장과 박흥석 회장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김상열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을 선출하는 일반의원 후보에 호반건설과 관계사들을 대거 등록시키며 선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상의 회장은 새로 선출되는 70명의 일반의원과 10명의 특별의원이 뽑는다. 따라서 오는 12일 치러지는 의원선거가 중요한데 김 회장 산하의 기업 9곳이 일반의원 후보 등록을 했다. 금호아시아나의 7곳보다 많다. 회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선거권수도 호반건설 쪽이 152개로 금호아시아나보다 20여개가 많다.

호남 지역 경제계는 김상열 회장과 박흥석 회장이 맞붙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광주상의는 2006년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측이 맞붙으면서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 등으로 광주상의 회장 선거에 크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며 "호반건설이 이미 자체적으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