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장 연임여부 결정 지연에 투자자들도 피해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고재호 사장/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700 -4.93%)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직원 동요는 물론 투자자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이날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사회가 결국 열리지 않았다. 당초 대우조선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사장 인선과 재무제표 등을 확정한 뒤 이달 27일 주주총회를 열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한 기업은 주총 3주전까지 주주총회 안건을 공시해야 하는 규정상 대우조선 이사회는 9일 열릴 공산이 커졌다. 그래야 31일 주총이 가능하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이사회 일정이 한 달째 지연되고 있다.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하는 건 사장 인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 지분 31.5%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임기가 만료된 고재호 사장의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

대우조선 사장 선임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서 후보를 결정하면 이사회에서 이사선임의 건을 다룬 뒤 주총에서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사장을 교체하기로 했다면 사추위→이사회→주총 과정을 밟게 된다.

조선업계는 산업은행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사장 인선을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 인사가 선임될 거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대우조선이 몸살을 앓는 사이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로까지 전이되는 형국이다. 주총 안건을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가 미뤄지면서 재무제표를 확정짓지 못하다보니 실적을 외부에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못한 곳은 대우조선이 유일하다. 공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실적을 내보내지 못해 투자자 원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공시해야 기업을 평가하고 미래 전망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추정만 하는 실정"이라며 "공시가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지연돼 기관투자자들도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내에서는 고 사장 연임으로 가닥이 잡혀 사추위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해석에서부터 아예 사장추천위원회 절차를 생략할 수도 있다는 소문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몇 번의 예상이 빚나가면서 이사회 일정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돼버린 것 같다"며 "사장에서부터 시작한 인사 불확실성 때문에 뒤숭숭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