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테러] '가능성 충분했는데…' 경찰 "경호대상 아냐"라고만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김기종씨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2015.3.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간사 김기종(55)씨로부터 흉기에 찔리는 테러를 당한 가운데 경찰의 경호경비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최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주변에서 이례적으로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연이어 벌어진 점을 경찰이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4일만 해도 최근 한국 정부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가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에서 잇달았다.

한국진보연대, 한일군사협정반대국민행동 등 10여개 시민단체 30여명은 4일 오전 광화문 미국대사관 옆 KT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정부를 비하하고 일본의 침략전쟁에 면죄부를 준 미국은 공개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김환영 국군바로세우기운동본부 본부장도 "이번 웬디 셔먼의 발언에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함께 모였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화가 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도 수요집회를 진행하던 관계자가 "셔먼 미 차관의 엉뚱한 발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미국에서조차 망언이 나오는 이 시점에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집회가 연달아 열렸음에도 미국대사관이나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나 돌발시위에 대비해 경찰이 얼마나 제대로 대응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서 북한이 연일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관련 기습시위나 돌발행동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경찰이 좀더 경각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미국대사가 먼저 경호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경호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민화협 행사에 미국대사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세종문화회관 주변에만 통상적인 경비활동을 전개한 건 '결정적인 작전 미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화협 자체가 북한과 관련돼 국내 진보와 보수 인사들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정세와 맞물려 얼마든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경찰이 간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관내 경찰서의 주요 상황을 지휘하는 서울경찰청의 외사, 경비, 정보 등 부서들과 종로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간의 유기적인 지휘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경호경비 전문가는 "경호, 경비는 민간부문에서 24시간 이뤄지는 작전과 같은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선 경찰서와 지휘부간 정보협조와 정보판단, 작전 등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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