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정부지원금 없으면 최저임금 맞추다 폐업"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자료: '2015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계 의견조사' 중소기업중앙회(2014년 4월)

"지금도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을 맞춰주기도 버겁습니다. 문 닫으라는 얘기죠."

자동차용 부품에 쓰이는 프레스금형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의 최저인금 인상 추진에 대해 "명분은 좋지만 중소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만약 특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을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직원의 20~30% 수준으로 이들 대부분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현재도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나 완제품을 만드는 1차 협력사면 몰라도 나머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맞추느라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독자 판매망을 갖추지 못해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도 힘든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2015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경영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체의 78.7%는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 시에도 5% 이내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 14.7%에 달한다.

소한섭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01년 1865원에서 2014년 5210원으로 2.8배 가량 높아져 연평균 8.9% 인상됐다"며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 3.8%, 물가상승률 2.9%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가파른 인상 탓에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국가 대부분이 최저임금 산정시 우리나라와 달리 상여금, 숙박비를 산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취약층인 소상공인의 부담도 여전하다. 편의점가맹점주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수입에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최저임금 수준도 챙기지 못하는 곳이 절반을 넘는 형편"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대안 마련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관점은 맞지만, 임금 상승에 따른 기업 부담이 확대돼 폐업하거나 해고가 증가하면 총 소득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진다"며 "장기적 과제이긴 하지만 창업을 늘리고 기업경쟁력을 높여 기본적인 경제체력을 확보하는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