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계는 최저임금 인상 열풍…美, 정부·기업 '한마음'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시대의 중대한 화두"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 시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이 한 마디로 설명했다. 5일(현지시간) '더 나은 뉴욕을 위한 협회(ABNY)' 조찬 행사에서 드 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13달러(약 1만4278원)를 넘을 필요가 있다"며 참석한 재계 인사들에게 자발적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뉴욕시를 비롯해 뉴욕주 최저임금은 올해부터 8.75달러로 75센트 올랐지만 추가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당 13달러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도 임금 인상 자체에는 뜻을 같이 했다. 그는 뉴욕주와 뉴욕시 최저임금이 각각 시간당 10.50달러(약 1만1532원), 11.50달러(약 1만2630원)까지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었다. 작년 6월 시애틀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약 1만6474원)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킨 이후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졌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총 21개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수준인 샌프란시스코도 향후 3년 동안 시간당 15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가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에서 12.75달러로 올린다는 방침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다시금 역설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1만5000달러(약 1647만원)로 한해 동안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해보라. 그게 아니라면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표를 던져라"고 임금 인상 반대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정부 최저임금 기준을 10.10달러까지 올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4월 9달러, 내년 2월 10달러로 단계적인 인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130만명의 직원을 지닌 최대 고용기업이다. 유통업체 TJ맥스와 마샬의 모회사인 TJX도 올해 6월 시간당 임금을 9달러 이상으로 인상하고 내년까지 6개월 이상 일한 근무자는 10달러까지 임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갭, 코스트코 등은 이보다 앞서 임금인상 결정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월마트의 임금 인상을 두고 "미국 경제 회복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표현했다. NYT는 월마트를 신호탄으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NYT 기고를 통해 월마트의 임금 인상이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중산층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바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시간당 6.50파운드에서 3% 늘어난 6.70파운드(약 1만1223원)로 최저임금을 올렸다. 독일은 올해부터 시간당 8.5유로(약 1만295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작년 10월 최저임금을 시간당 780엔(약 7138원)으로 올렸다.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은 12년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