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접 증거 없는 음주운전, '정황증거'만으로도 유죄"

머니투데이

김미애 기자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사진제공=뉴스1

음주운전을 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대법원이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는 유죄취지로 판단했다.

김모씨는 지난 2013년 8월 9일 오전 2시35분쯤 경기도 김포시 부근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42%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5m가량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연인이 운영하는 식당 앞에 그랜저 차량이 무단 주차돼 있는 것을 보고 항의 차원에서 새벽 1시쯤 자신의 차량으로 가로막은 뒤 식당에 들어가 그때부터 술을 마신 것일 뿐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목격한 택시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승용차가 그랜저를 들이받은 상태였고 김씨가 승용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재판에서 "김씨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1·2심은 "목격자 진술이 바뀌는 등 신빙성이 없고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당시 정황에 비춰볼 때 김씨가 실제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보고,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씨는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랜져 차량 주인에게 수리비 50만원을 지급하는 등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랜져 차량의 주인이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30분~3시 사이로 이는 김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한 시각과 서로 가까울 것으로 보이며, 김씨도 새벽 2시30분까지 술을 마신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아는 형님과 함께 새벽 1시까지 식당에 있었으면서도 술을 따라줬을 뿐 마시지는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식당에서 새벽 1시까지 아는 형님이 술을 마실 때 같이 있었으면서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