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좋은' 고용지표, 금리인상 정당한 이유될까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지표에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취업자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감소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흔치 않은 하루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급락했다. 먼저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278.87포인트(1.54%) 떨어진 1만7856.85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도 29.78포인트(1.42%) 하락한 2071.26을 기록했다. 나스닥 역시 55.44포인트(1.11%) 내린 4927.37로 장을 마쳤다.

◇고용지표 훈풍에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져=증시 급락의 주범은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였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2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29만5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4만명은 물론 1월 23만9000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2월 실업률도 5.5%를 기록, 1월의 5.7%는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6%보다 좋게 나타났다.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시간당 임금도 지난해 대비 2% 상승했다.


에드워드 조네스의 케이트 원 투자전략가는 "주식시장이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 속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란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은 보다 명확하게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고용지표 발표이후 달러화 가치는 11년 반 만에 다시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국채 수익률은 2013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낮은 실업률, 물가상승 유발하던 시대 지났다?=고용지표 개선이 금리인상을 정당화시키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과거 199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결정을 참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렉스 넛팅 마켓와치 칼럼리스트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는 먼저 연준이 오래 전부터 자연실업률, 이른바 물가상승률이 더 높거나 낮아지지 않는 수준의 실업률(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NAIRU)을 전제로 금리를 조정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준은 이 범위를 5.2~5.5%로 제시하고 있다. 2월 실업률은 이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진다. 가뜩이나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황이어서 이번 실업률은 또다른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물가승상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갑자기 올라갈 것 같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이론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임금인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기업이 숙련된 기술자의 임금을 올려주게 되면 다른 직원들의 임금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결국 기업들은 그들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른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1979년도에 만들어진 이론이어서 지금 상황과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노동부의 시간당 임금 통계를 보면 민간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지난 1년간 약 2% 상승했다. 감독자가 아닌 근로자 80%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1.6%로 전년도 2.5%보다 낮아졌다.


좀더 정교한 고용비용 지수(ECI)도 비슷하다. 지난해 2.3%로 전년도 2%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3~4%까지는 물가상승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준은 1997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다. 이때 실업률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5% 아래로 떨어졌다. 연준은 금리인상 압력에 직면했지만 당시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의 대답은 ‘노’였다. 자연실업률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그린스펀의 말은 맞았다. 물가상승률은 2년간 더 3% 아래에 머물렀고 400만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넛팅은 "정말 지금이 완전 고용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공식적으로 지난달에만 870만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고 구직활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직업을 원하는 이들만 650만명에 달한다. 660만명은 시간제 일자리에서 벗어나 정규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이 무려 2200만명에 이른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보다 이들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게 금리인상 반대론자들의 항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