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神]이랜드그룹 "현장에 강한 인재, 임원까지 키울 것"

"입사 후 초기 3년간 누구보다 빨리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안은정 이랜드그룹 CHO실 팀장은 "이랜드는 신입사원이 입사 후 3년 6개월 후부터 능력에 따라 팀장 직책을 다는 것도 가능한 회사"라며 "대리가 매출 300억~500억원을 내는 브랜드의 총 책임을 맡으려면 스스로 배우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23일 오전 10시까지 △그룹본부 △이랜드월드(패션) △이랜드리테일(유통) △이랜드파크(외식) △이랜드건설 △이랜드시스템스 등 6개 계열사 서류 접수를 마감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간 140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에는 19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신입사원들의 현장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패션·유통·건설 부문에 한해 합숙면접 또는 3일~일주일 간 현장평가를 도입해 실시할 계획이다.


안은정 팀장은 "모든 계열사의 신입사원 공채 최종면접에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직접 참석할 뿐 아니라 최종면접 전 모든 구직자들의 입사지원서를 꼼꼼이 다 읽고 오신다"며 "경영진들이 '인재를 뽑아 임원까지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 2전시장에서 입사 지원자 4400여명이 이랜드 직무적성검사를 치르고 있다./사진제공=이랜드그룹

◇안은정 이랜드그룹 CHO실 팀장, 최원창 이랜드시스템스 인사팀장, 김제민 이랜드월드 채용팀장 Q&A

-공채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안은정 팀장)매년 상·하반기 공채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연간 신규 채용인력은 1900명 정도다. 인기가 많은 패션 부문(이랜드월드)은 경쟁률이 250~300 대 1에 달한다. 서류전형을 거쳐 직무적성검사, 실무면접·임원면접 등을 거치며 계열사마다 현장평가, 합숙면접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직무적성검사에는 매 공채마다 3000명 이상의 인원이 응시하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5400여명이 시험에 응시한 바 있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안은정 팀장)이랜드그룹 이력서는 복사·붙여넣기가 쉽지 않은 형식이다. 각 문항마다 100~500자로 글자제한이 있어서 장문으로 풀어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간혹 '몇 번 질문을 중점적으로 써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삶의 목표 3가지 쓰기, 자신만의 능력 또는 기질,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진 사건 3가지 등 자소서 질문 하나하나는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진 질문들이다. 이랜드에서 원하는 인재는 본인이 지원한 직무·역량에 대해 '자기정리'가 잘 돼 있는 사람이다. 이랜드 입사의지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끝까지 다 쓰기가 쉽지 않다.

또 이랜드그룹은 공인 영어성적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패션부문의 글로벌소싱 직무 등 직무상 필요한 경우에는 어학능력을 평가한다. 다만 공인 영어성적이 아니라 면접자가 질문을 해서 실제 대화능력을 평가한다.

(최원창 팀장)이랜드시스템스는 이번 공채에서 정보전략·시스템엔지니어(SE)·인프라스트럭처엔지니어(IE) 등 직무에서 채용을 진행한다. 이공계열·상경계열 전공자를 우대한다고 공고가 났지만 전공무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공계열을 전공하지 않은 직원들은 입사 후 IT 교육을 시켜 배치한다.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는 생물학·화학 전공자도 있다.

이공계열 외 전공자를 뽑는 이유는 고객과의 소통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IT전문가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도 필요하다. 이 경우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이해가 빠른 지원자를 선호하기는 한다.

(김제민 팀장)패션 부문 지원자들은 삶 자체를 패션에 '올인'한 사람들이 많다. 일 외에 패션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지원자 중에는 '하루종일 가로수길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생활'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 지원자는 블로그도 운영했는데 블로그 콘텐츠 수준이 상당했다.

이런 지원자라면 패션업에서 일하는 것을 일로만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전형부터 입사지원서 외에 개인착장사진, 자기PR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패션피플' 채용을 신설하기도 했다. 학력·영어 등 스펙을 초월해 패션에 대한 열정·감각을 가진 인재를 모집인원의 10% 이상 할당해 선발할 예정이다.

-필기·적성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안은정 팀장)기본적으로 절대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개발한 인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언어·수리·인성검사로 구성되며 언어영역은 적어도 절반 이상 맞춰야 다음 전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지문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입사 후 의사소통이 힘들다고 본다.

인적성검사 관련해선 내부에 전문팀을 운영해 직무·사업군에 맞는 인재를 가려낸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예상문제집과는 다른 문제가 많아 지원자들의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랜드는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강점을 발견하는데 관심이 많다. 때론 시험 보는 사람들도 알지 못했던 강점이 시험을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직무적성검사 결과는 입사 후 배치에도 참조한다. 성향을 연구해 어떤 직무가 적합할지를 계속 찾아나가기 때문에 4시간의 인적성검사가 다소 길어도 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열린 이랜드그룹 외식사업부 채용설명회에서 한 구직자가 팜플렛을 넘기고 있다./사진제공=이랜드그룹

-면접 전형이 진행되는 방식은?

▶(안은정 팀장)면접전형은 실무·임원면접 모두 4~5명의 면접관과 4~5명의 지원자가 함께 들어가는 '다 대 다 방식'으로 대략 한 시간 정도 진행된다. 실무면접은 지원자가 근무할 부서의 부서장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이력서상 전문영역이나 경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임원면접은 성장가능성이나 자세·태도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면접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안은정 팀장)사업부별로 합숙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형부터 패션·유통·외식 부문에는 현장교육·근무 과정을 도입했다. 유통부문 지원자는 3일간, 건설부문 지원자는 7일간 현장근무를 하게 된다. 입사 전 지원자들에게 가급적 직무나 현장에 대해 파악하고 물어보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김제민 팀장)패션부문은 합숙면접 전에 사전과제를 내주고 합숙에서 이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선배들이 합숙장소를 찾아 문답을 진행하고 판매직 직원과 손님으로 역할을 맡아 판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연하기도 한다. 합숙면접을 거치고 나면 지원 전 생각한 것과 실제 업무 방향이 다르다며 이후 전형을 포기하겠다는 지원자가 나오기도 한다. 200~300 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문화와 사내분위기는?

▶(안은정 팀장)이랜드를 외부에서 '일랜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부정하진 않는다. 이랜드 그룹 전반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해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업무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안정된 사업구조 속에서 관리만 하면 되는 여타 기업과는 다르다.

그래도 '일랜드'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회사에서도 업무량 과중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랜드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과를 기본으로 한다. 오후 5시가 되면 음악을 틀어 정시퇴근을 유도하고 오후 6시엔 사내 소등이 이뤄진다. 물론 잔업이 있는 경우 야근을 하기도 한다.

또 기독교 문화와 관련해서 질문을 종종 받는데 꼭 기독교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출근해서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아침식사를 하고 본인의 하루 일과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있다. 기독교인 직원은 성경 말씀에 빗대 자신의 업무 계획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밖에 1년에 두 번 정도 가는 수련회에서 예배 시간이 있는 정도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되지만 기독교에 대한 열린 마음은 필요하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열린 이랜드그룹 외식사업부 채용설명회 전경/사진제공=이랜드그룹

◇최00 이랜드리테일 신입사원 Q&A(2015년 1월 입사)

-자신의 스펙과 현재 일하는 분야는?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에 3.52점이다. 토익 900점과 토익스피킹 레벨7의 영어성적이 있으며 한 학기동안 미주권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에서 근무하며 유통 관련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이 다수 있다.

-자기소개서에선 어떤 내용을 강조했는지?

▶업종과 관련된 '경험'을 강조했다. 유통기업에서 인턴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을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해당 업종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준비상황을 자연스럽게 강조할 수 있었다.

-이랜드 입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은?

▶필기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다. 이랜드는 적성보다 인성을 중요시 여긴다고 들었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보기보다는 저의 성격과 성향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정리했다.

면접 때는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자유복을 입고 오라기에 깔끔한 니트 차림으로 입고 갔다. 실제로 면접에서 왜 그렇게 입고 왔는지 질문을 받았고 '니트가 정장과 캐주얼 차림 모두에 어울리듯이, 나는 어떤 곳에서든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면접 때는 당당한 태도로 임했다. 내 경험과 성향이 유통업에 잘 맞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내보일 수 있었다.

-면접 때 받았던 기억에 남는 질문은?

▶'무언가를 판매한 경험이 있다면, 본인만의 판매 노하우가 있는지?'라는 질문이다. 생각했던 대로 역시나 스펙보다는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최종면접 때 '주부의 로망은 무엇인가?'라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던 기억도 난다.

-합숙면접 등 독특한 채용과정과 당시 대응방법은?

▶2차 면접이 합숙면접이었다. 당시 본래 말이 많은 저의 성격을 감안해 말을 조금 줄이고, 조원들의 이야기를 더 들으며 조원들과 융화되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적극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입사 전엔 몰랐던, 입사 후에 보니 가장 필요한 스펙은?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다. 회사가 일을 배우는 곳인 것은 맞지만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나를 보여주는 곳이다. 합숙면접에선 평소 마음가짐과 생활태도가 자신도 모르게 다 드러나고 평가를 받는다. 이는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