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애플이 주목한 韓부부 개발자, 비결은…

가운데가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실리콘밸리에서 회사소개 프레젠테이션(PT)을 만들면 첫 페이지에는 항상 '세상에 있는 문제 중 무엇을 풀 것인가'가 담겨야 합니다. 그 문제가 제대로 정의돼 있으면 그 회사는 큰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죠."

지난 달 실리콘밸리의 교육IT 회사, 로코모티브랩스가 한국, 중국, 미국의 투자자들로부터 약 44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 창업 당시 6곳의 엔젤투자분까지 합쳐 총 55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이 회사에 몰렸다.


이 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교육 앱 '토도수학'(Todo Math)은 13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는 1250개 학교에서 시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35만 이용자를 모으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방과 후 학원업체인 TAL에듀케이션 그룹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로코모티브랩스의 PT 첫 페이지에는 왜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다. 그리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 모든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수학 과정까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비결이 담겨있다.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에서는 엄마와 아이의 감정소모를 덜어줄 수 있고, 교육 양극화가 심한 미국에서는 게임만으로도 기초 수준의 산수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는 "미국 아이들 중 40%가 유치원에 갈 때 유치원 교육과정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며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보다 2~3배 더 노력해야 하는데, 본인은 3배 이상 괴롭다"고 설명했다.


이수인 대표의 해결책은 남들보다 3배 더 재밌게 공부하는 것이다. 자신과 공동창업자인 이 대표의 남편, 이건호 대표가 엔씨소프트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이수인 대표는 "게임을 시작하는 '튜토리얼'을 이용자 모두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그것은 게임 개발자가 잘못 만든 것이지만, 공부를 못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을 때는 아이 탓을 한다"며 "기초적인 공부를 아이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부를 가르치거나 교재를 만든 사람의 탓"이라고 말한다.

이수인 대표는 엔씨소프트 시절 알아주는 기획자, 이건호 대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개발자였다. 누구보다 어떻게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지, 어떤 단계에서 이용자가 지겨워하는지, 몰입감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다.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 극복과 게임 외 산업으로 뻗어 나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이수인 대표는 "80년대 학번 창업자들이 게임으로 많은 회사를 세웠다면 90년대 학번인 우리는 포화된 게임 시장에 머물러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 세계에서 통하는 게임 개발력을 이용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 생활 뒤 미국 현지에서 로코모티브랩스를 만들고, 교육 앱을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시작 단계부터 6곳 가량의 벤처투자사가 두 부부에게 주목한 것은 이들의 개발력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 여기에 교육 커리큘럼을 디자인하는 교육학 박사, 교사 등이 합류했고, 하버드 교육학 석사 출신 직원 등이 더해져 지금은 16명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수인 대표는 '토도수학'이 교육용 게임이 아닌 모바일 학습지라고 설명한다. 완벽한 교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아이들이 터치하고 쓰는 과정에서 몰입할 수 있는 재미 요소만 추가했다는 것.

토도수학이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텍사스에 사는 한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문제 1만 개를 풀었더니 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오류를 수정해달라고 부탁한 에피소드에서 학습 앱의 몰입감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에서도 토도수학을 주목하고 있다. 출시와 함께 토도수학을 앱스토어 전면에 노출해 1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전 세계 애플 공식 매장에 전시된 아이폰, 아이패드에는 토도 수학이 설치돼 있다. 애플은 전 세계 애플 매장의 기기에 모두 같은 앱을 설치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한꺼번에 교체하는데, 지난 6개월간 한국 앱으로는 유일하게 토도 수학이 여기 속했다.

이수인 대표는 "아시아는 사교육 사업이 오랫동안 발달해왔지만, IT기기에 대한 반감이 있고, 반대로 미국은 게임을 이용한 교육에 적극적이지만 사교육 시장이 없다"며 "정반대인 두 시장을 연결해줄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면, 게임을 이용한 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